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법 국회 통과…70여년 사법체계 대전환

검사의 직접·보완수사 권한 전면 폐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해져
수사 공백·경찰 업무 과중 우려도

국회, 자료사진.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되면서 70여 년간 이어진 한국 형사사법체계도 근본적인 전환을 맞게 됐다.

국회는 31일(한국시간) 열린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반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던졌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기권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전날부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으나 토론 종료 이후 진행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가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권한을 없애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의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삭제된다. 이에 따라 검사는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직접 수사할 수는 없게 된다.

다만 검사가 경찰 등 사법경찰관에게 추가 수사를 요청하는 보완수사요구권은 유지된다. 경찰은 검사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사 기간을 최대 1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검사는 경찰이 제출한 보완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생산하거나 확보한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수사기관이 일부 자료를 누락하거나 숨기는 것을 방지하고, 사건 처리 과정의 투명성과 사후 통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범죄 피해자와 고소인 등에 대한 권리도 확대된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릴 경우 고소인뿐 아니라 피해자와 고발인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사건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사유도 새로 추가됐다. 중대한 위법 수사를 토대로 공소가 제기됐거나 검사가 소추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해 기소한 경우 법원이 실체 판단에 앞서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은 위법하거나 자의적인 수사와 기소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법원의 공소 기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정부 이송과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소 제기와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완성한 검찰개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한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검찰의 수사권이 다른 이름이나 형태로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부실한 경찰 수사를 다시 점검할 안전장치가 없어질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경찰 권력 비대화와 사건 처리 지연, 범죄 피해자의 권리 구제 약화를 우려하며 헌법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고 피해자와 국민의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후속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안 통과 직후 “제도의 공백과 국민 보호에 부족함이 없는지 다시 살펴봐 달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과 일부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수사 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경우 실체적 진실 규명과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업무 부담도 향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검찰이 담당하던 사건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으로 대거 이관되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까지 경찰이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 인력 부족을 막기 위한 인력 확충, 수사기관 간 사건 배분 기준, 보완수사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통제 장치 마련이 새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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