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햇살에 사라지듯
화려한 만남은 이별에 스러지고
우리의 존재와 계획은
한 때 무성했을 뿐
영원을 기약하지 않는다
풀잎처럼 바람에 누웠다가도
몸을 세워 삶을 두리번거리는 욕망은
길 위에 나선 나그네의 등짐처럼
늘 우리와 동행하고 있다
붙박이 소유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고통을 딛고
일상에 마비된 영혼이
훨훨 집착을 벗어날 때
자유로운 인생길을 갈 수 있다
밝은 빛은 짙은 그림자를 동반하고
여러 개의 문을 지나는 것만큼
우리는 매일 그렇게 작별을 하고
석별을 통하여 삶을 바라보며
이별 속에서 더 깊이 만나고 있다
진정한 만남은 이별을 향해 열려 있고
우리는 준비된 이별 속을 걸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