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높게 평화로운 건
짙푸른 청춘과 땡볕같던 열정이
청명한 갈 볕에 온화해지기 때문이지
가을이 자꾸 고독한 건
풍요로운 완성에 절정이
우리의 존재를 왜소하게 비추기 때문이지
가을이 길게 외로운 건
아득히 멀어져 가는 구름처럼
제 스스로 길 나선 나그네 되기 때문이지
가을이 가볍게 자유로운 건
핏빛 단풍 같은 응어리 사위어
낙엽처럼 홀연히 날 수 있기 때문이지
가을이 투명하게 영원한 건
모두 떨구고 비움으로써
다시 채울 수 있는 공백이 있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