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화천대유서 5억 빌리고 법카에 법인차 사용

검찰 "많은 혜택" 지적…김만배 "많은 혜택이라 생각 안 해"

곽상도 전 의원. 자료사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일할 당시 법인카드를 한 달에 100만원어치 사용하고 5억원을 회사에서 대출받는 등 각종 혜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5일(한국시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기자 출신인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날 병채 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를 받는 김씨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면서 병채 씨가 화천대유 재직 때 받은 혜택들을 언급했다.

검찰은 먼저 “곽병채가 화천대유에 재직하는 동안 법인카드로 5천100만 원을 사용해 월별로 100만 원, 연간 1천200만 원을 사용했다”며 “다른 직원에게도 법인카드를 제공했나”라고 물었다. 김씨는 “필요한 사람은 법인카드를 다 가지고 있다”면서도 ‘임원 외에 평직원(평사원)이 법인카드를 받은 일은 없지 않냐’는 검찰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또 “곽병채는 지급받은 카드를 골프연습장이나 주거지 근처 식당에서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 김씨는 “골프연습장은 직원들에게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취미생활을 하라’고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화천대유가 병채 씨에게 아반떼 법인 차를 제공한 점을 지적하면서 “차를 제공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김씨는 “싫다는 사람만 빼고 직원들에게 다 제공했고, 병채가 받은 아반떼 말고도 그랜저, 에쿠스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검찰이 이어 “평직원(평사원)에게도 법인 차를 지급한 사람이 곽병채 외에 또 있었나”라고 묻자, 김씨는 “평직원은 곽병채 하나였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화천대유가 병채 씨에게 사택 전세보증금 4억원을 내주고 2020년에는 5억 원을 빌려줬다고 언급하면서 “전문성이 없는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이렇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있나”라고 김씨에게 물었다. 김씨는 “많은 혜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후생 차원이고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성남의 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작년 4월 말 50억원(세금 제외 25억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는다.

두 사람은 컨소시엄 구성에 곽 전 의원이 도움을 준 사실이 없고 뇌물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위기(컨소시엄 와해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직원들이 물어보면 제가 농담으로 ‘최순실이(최서원씨 개명 전 이름)가 해줬다’라거나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가 해줬다’고 농담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2017년 또는 2018년 곽 전 의원과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곽 전 의원과 다툰 이유를 증언했다.

앞선 공판에서 정 회계사는 김씨가 ‘사업이 잘된다’는 취지로 말하자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고 말했고, 이에 김씨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다툼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대장동 사업의 이익을 나눠달라고 요구한 정황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김씨는 이에 관해 “저와 사업하는 애들(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을 데려왔는데 그 자리에서 제 위신도 좀 세워줬으면 좋았을 텐데 제 차를 보고 그러셨는지 약간 훈계하는 느낌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곽 전 의원이) 약주를 드시더니 ‘부자가 됐으면 좋은 차 타고 다니지 말고 기부도 좀 하고 후원도 해라’라고 하셔서 제가 화를 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당시 곽상도 피고인이 누구에게 기부하고 후원하라고 말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김씨는 “정치적인 것이라기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곽상도 피고인 본인에게 후원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나”라고 묻자, 김씨는 “(곽 전 의원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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