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 발포 지휘 있었다’ 진술 확보…’김군’ 오인 인물 생존

5·18조사위 대국민 보고회 개최
"3공수여단장 현장 지휘"
다큐 '김군'이 추적한 인물은 사망
페퍼포그 차량 시민군은 생존

5·18 당시 숨진 시민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식 발포 명령이 내려지기 전 있었던 광주역에서의 집단 발포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현장 지휘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다수의 증언이 확보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12일(한국시간)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사진 속 시민군은 살아 있으며, 그가 북한군 ‘광수1번’이라는 지만원 씨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 조사위는 현재까지 계엄군 840명 등의 증언을 확보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자위권 발동 전 집단 발포에 여단장 지휘 있었다” 진술

최근까지 조사위는 5월 20일 광주역 일대 발포와 5월 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두 지역 발포는 계엄군의 공식적인 발포 명령 즉 ‘자위권 발동’ 결정보다 하루 먼저 발생했다.

종전에 광주역 발포는 박모 대대장 등이 시위대 차량 공격을 저지하느라 차량의 바퀴에 대고 권총을 발사한 데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박 대대장 본인의 수기 기록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 작전 참여 계엄군 530명에 대한 방문 조사 결과 조사위는 최모 당시 제3공수여단장이 광주역 현장에서 지휘했고, 최 여단장이 무전으로 발포승인을 요청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앞서 공개된 보안사령부의 ‘광주소요사태진행상황’ 문건에는 ‘3여단장은 각 대대에 엠16 실탄 배부 및 장착 지시 하달’이라고 기록됐다. 같은 문건에는 자위권 발동 전 정모 31사단장, 2군 사령부에서도 총 3차례 더 발포지시가 있었다는 기록이 들어있다. 조사위는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지휘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발포가 아니라 별도의 명령계통에 의해 광주역 집단 발포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광주역 일원의 시위대뿐만 아니라 주택가·상가에도 발포가 있었다는 진술과 함께 주변 병원 진료기록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실도 확보했다. 이튿날 도청 앞 집단 발포에 대해서도 조사위는 현장 지휘관의 재량에 의한 자위권 수준인지, 별도의 지휘계통에 의한 발포 명령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조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김군'. 1011필름/영화사풀 제공.
◇ “‘김군’ 사진 속 인물 생존…북한군 아니다”

조사위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과 관련한 혼란도 정리했다. 조사위는 다큐에서 추적한 ‘김군’은 효덕동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의 사망자인 ’63년생 자개공 김종철’이라고 밝혔다.

‘금남로 페퍼포그 차량의 시민군’ 사진에 나오는 인물은 효덕동 사망자 ‘김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차 모 씨로 최근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만원 씨 등은 페퍼포그 차량 속 기관총을 든 시민군을 ‘광수1호’라 부르며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현장에 있던 계엄군을 대상으로 한 면담조사 결과 (김종철은) 효덕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연행되던 중 계엄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사진 속 인물을 자처하는 제보가 접수돼 조사위가 해당 사진을 촬영한 기자와 다큐 제작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제보자가 사진 속 시민군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 “계엄군 트라우마로 고통…국가에 대책 권고 예정”

조사위는 1980년 5월 21일 14시께 도청 앞 집단 발포 현장에서 조준사격에 의해 장갑차 위의 청년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김모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김씨는 다른 이름으로 오인돼 매장됐다가, 그 인물의 생존이 확인돼 ‘무명열사’로 분류됐고,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조사위는 이 밖에도 ▲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사건 ▲ 광주진압 작전에 투입된 계엄군·경찰 피해 ▲ 전두환·노태우 시절 강제징집과 삼청교육대 입소 등 인권탄압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위는 광주진압 작전에 투입된 계엄군의 상당수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진압 작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한 끔찍한 상황 등의 기억 때문에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관련 사례를 전수조사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권고할 예정이다.

한편 시위대 버스를 돌진해 함평경찰서 소속 4명의 경찰관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이달 19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경찰관들의 묘지에 참배한 후 사죄하는 만남의 자리가 열릴 예정이라고 조사위는 전했다.

위원회는 현재 법령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에 따라 21개의 직권조사 과제를 선정했으며 그 하위과제 325개에 대한 조사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당시 피해자 등으로부터 216건의 진상규명 신청서를 접수해서 개별사건으로 분류해서 조사하고 있다.

조사위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란을 주도한 인사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며, 현장에서 폭력을 자행한 계엄군은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앓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고백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의 온전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고 한국 현대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남은 기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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