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준비되면 북한 가겠다…한민족 함께 살아야”

최근 유흥식 주교 접견 때 방북 의지 재확인
대전교구서 시작한 '백신 나눔 운동'에 사의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추진 여론이 조성되는 가운데 교황이 방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교황은 최근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유 주교가 24일 전한 바에 따르면 교황은 방북 이슈와 관련해 “같은 민족이 갈라져서 이산가족처럼 70년을 살아왔다. 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같이 살아야 한다”며 “준비되면 북한에 가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북한에 가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에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새 행정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한국 가톨릭교회와 민간 차원에서 교황 방북 재추진 여론이 형성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교황은 최근 들어 자신의 방북과 관련한 한국 내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유 주교는 전했다.

앞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며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고조되자 교황청 내에서 교황의 방문 추진 움직임도 구체화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로 모든 실무 작업이 중단됐다. 교황은 이전에도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갈 수 있다”(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접견), “나도 북한에 가고 싶다”(2020년 11월 당시 이임하는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접견)는 등 여러 차례 방북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교황은 대전교구가 시작하고 한국 전체 가톨릭교회 차원으로 확대된 ‘백신 나눔 운동’에 대해서도 깊은 사의를 표명했다. 대전교구는 빈곤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지원하고자 작년 11월부터 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해왔고 그 성과로 미화 46만 달러를 모아 교황청에 이미 전달했다. 이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3월 초 춘계 정기 총회를 통해 전국 모든 교구가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실천에 옮기는 복음적 자선 활동의 의미도 있다. 유 주교는 “교황께서 대전교구와 한국 가톨릭교회의 노력에 매우 기뻐하며 감사의 뜻을 밝혔으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와 더불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숙원인 최양업 신부 시복에 큰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 유 주교는 최양업 신부 시복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상세히 설명했고, 교황은 이를 매우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한다. 최양업 신부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동갑내기 동료로, 한국 역사상 두 번째 사제이다. 올해는 두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다.

마카오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1849년 사제품을 받은 최양업 신부는 조선 팔도를 누비며 사목 활동에 힘써 가톨릭교회의 정착과 확산에 큰 힘을 보탠 인물이다. 1861년 과로에 장티푸스가 겹쳐 40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앞서 교황은 2016년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했다. 가경자는 ‘공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 ‘venerabilis’에서 유래한 말로, 시복 심사 중에 영웅적인 성덕이나 순교 사실이 인정되는 ‘하느님의 종’에게 교황청 시성성에서 부여하는 존칭이다.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서는 그의 복자품을 위한 기적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