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일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했지만 다시 구두선에 머물렀다. 유엔 안보리는 성명에서 미얀마 사태에 대해 “안보리 회원국들은 급속한 상황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평화적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과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백명의 죽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안보리가 한목소리로 미얀마 사태에 대해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군부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안보리 회원국들이 성명을 논의 과정에 서방 국가들과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갈등이 있었다.
AFP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성명에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염두에 두고 “추가적 조처의 검토를 준비한다“는 표현을 넣으려고 했지만 중국이 이를 반대했다.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은 “민간인 죽음” 등의 표현을 완화하자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는 성명에 미얀마 시위 진압 과정에서 군경의 사망까지 규탄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기를 원했다.
국제사회의 논의가 강대국들의 의견대립 속에 공회전 하는 가운데 미얀마 사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카 쿠데타를 일으킨 뒤 민주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외신들은 미얀마에서 끔찍한 유혈 참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는 유엔 안보리가 미얀마 사태에 대해 성명을 3차례나 냈음에도 미얀마 군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유엔이 말로만 비판을 되풀이하면서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막을 실효성 있는 조처를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노골적 비판과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이다.
앞서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1일 안보리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의 내전이 전례 없는 규모로 커질 수 있다며 “안보리가 재앙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