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처리를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8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3일(한국시간)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직접 수사와 다른 수사기관 이첩의 갈림길에서 장고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 조직도 못 꾸렸는데…직접 수사하면 정치적 파장 우려
김진욱 공수처장은 ‘쌓으면 사람 키를 넘는 수준‘이라는 방대한 사건 기록을 지난 주말 내내 읽으며 ‘1회 독‘을 했지만, 이날 처리 방향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선뜻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아직 수사팀 진용도 꾸리지 못한 상황이다.
빨라도 다음 달 초에나 검사·수사관 채용이 마무리될 수 있어, 그때까지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다면 ‘묵힌다‘는 야권의 거센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 일각에서 일선 검찰청에서 검사를 파견받아 공수처가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제 식구 감싸기‘를 막자는 공수처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김 처장은 지난 1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직 검사는 파견받지 않으려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게다가 직접 수사는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을 상징성이 큰 ‘1호 사건‘으로 삼는다는 것이어서 공수처로서는 부담이 크다. 이 사건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 윤 총장 사퇴로 검찰 재이첩도 어려워…”이번주 결정“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어 수원지검이 끝을 맺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실제로 김 처장은 지난 4일 “지금까지 수사해온 검찰이 사건을 제일 잘 알기에 검찰이 수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라는 변수가 떠오르면서 공수처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수사 외풍을 막아왔다는 평가를 받는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수원지검 수사팀의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재이첩한 뒤 검찰에서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사실상 방조했다‘며 공수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김 처장이 직접 언급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의 이첩도 법체계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수본은 5급 이하 공무원의 범죄를 수사하는데, 이 지검장(차관)과 이 검사(3급 이상)는 관할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건이 ‘1호 사건‘으로 기록되며 향후 공수처 사건 처리의 전례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김 처장은 “어느 수사기관이 수사해야 공정한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며 “이번주 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