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출간을 강행키로 한 학술지가 사후 논문 철회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는 11일 위안부 논문 출판 방침을 밝힌 법경제학국제리뷰(IRLE) 측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확인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IRLE를 출판하는 엘스비어에서 경제학 분야를 담당하는 베선 킬 출판 디렉터는 2월부터 논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힌 뒤 “논문 출간 기록 수정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존에 온라인으로 공개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최종본으로 간주돼 IRLE 3월호 인쇄본에 게재되지만, 출간된 논문에 대한 기록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논문 출간 기록 수정‘은 학술출판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전문가 동료들과 편집장 검토 과정을 거쳐 출간된 논문이더라도 추후 타당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을 때는 학술지의 입장을 바꾸고 출간 기록을 정정한다는 의미다.
엘스비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논문 출간 기록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편집자 공지 ▲우려 표명 ▲논문 철회 ▲논문 삭제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이중 논문 철회에 대해선 ‘저자의 데이터 조작이나 실수로 인해 논문에 실린 연구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라고 규정됐다.
논문 철회 결정이 내려지면 출판사와 협의를 통해 인터넷의 논문 데이터베이스 등에 논문 철회 이유 등이 공지되고, 논문에도 출판사가 철회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표시된다.
IRLE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사후 철회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최근 인쇄본 출판 결정 이후 학계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IRLE는 지난 9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출판물‘로 간주된다면서 3월호 인쇄본을 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진희 교수 등 램지어의 논문 출간에 우려를 표명한 전문 분야 학자들은 학술지 측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고, 출판사의 담당자가 좀 더 명확한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이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학계 비판이 고조되기 전까지 IRLE의 일부 편집장은 논문 철회 여론을 공개적으로 비하하기도 했다“면서 “램지어 교수의 왜곡 논문에 대한 IRLE의 대응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 상황은 전 세계에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불법 성노예 제도의 역사와 참혹성을 제대로 알려 다시는 인류가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할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