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빠르게 둔화…1월 해고 10만명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채용은 최저

채용 계획도 2009년 이후 최저치
고용환경 지난해 보다 더 악화될 듯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1월 들어 10만 명이 넘게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자료사진.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해고는 늘고 채용은 급감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사·재취업 컨설팅 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해고 계획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신규 채용 계획은 같은 기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해고 인원은 10만8,43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8%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205% 급증한 것이다. 1월 기준 해고 규모로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수치로, 당시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 국면에 있던 시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기업들이 발표한 신규 채용 계획은 5,306명에 그쳤다. 이 역시 2009년 이후 1월 기준 최저치다.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용시장에서 ‘뽑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2009년 3월에 끝난 바 있다.

최근까지 미국 노동시장은 ‘해고도 채용도 크지 않은 정체 상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자료는 최소한 해고 측면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회사의 고용시장 전문가이자 최고수익책임자인 앤디 챌린저는 “통상적으로 1분기에는 해고 계획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1월 수치는 이례적으로 높다”며 “대부분의 해고 계획이 지난해 말에 이미 수립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2026년 경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해고 확대 흐름이 아직 정부 공식 통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월 말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3만1,000건으로, 1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전국을 강타한 혹한의 겨울 폭풍 영향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인 추세만 놓고 보면 실업수당 청구는 여전히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발표는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아마존,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 다우 등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인력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업종별로 보면 1월에는 운송 부문에서 해고 계획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가 3만 명 이상을 줄이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기술 업종은 두 번째로 많은 해고가 발표됐으며, 아마존이 주로 본사 및 사무직 중심으로 1만6,000명을 감원하겠다고 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채용 계획은 전반적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1월 채용 계획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줄었고,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49%나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수치가 단기 변동성이 큰 편이며, 정부의 공식 고용 통계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부에 제출된 대규모 해고 사전 통보 자료를 보면 분위기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 통보법’에 따라 100개가 넘는 기업이 상당 규모의 감원을 예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날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별도 보고서에서는 구인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기준 구인 건수는 654만 건으로, 전달보다 38만6,000건 감소했고 10월과 비교하면 90만 건 이상 줄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인 감소로 인해 일자리 대비 실업자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현재는 실업자 1명당 일자리 0.87개 수준으로, 2022년 중반 2대 1을 넘었던 고점과 비교하면 고용 여건이 크게 냉각된 모습이다.

민간 고용 동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DP가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민간 부문 신규 고용은 2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최근 수년간 가장 부진한 증가 폭 중 하나로, 해고 확대와 채용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노동시장이 급격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기업들의 해고 계획 증가와 채용 의지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고용 환경이 지난해보다 한층 더 어려워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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