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리화나 합법화 되나…트럼프, ‘덜 위험한 약물’로 재분류 행정명령 서명

마리화나 스케줄 I서 III로 재분류 추진, 의료·연구 확대 기대
공화당 내 반발 속 DEA 심사 가속화, 연방법·주법 충돌 여전

미라화나를 덜 위험한 약물로 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미국에서 마리화나가 모든 주에서 합법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마리화나를 덜 위험한 약물로 재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 이번 조치는 연방 차원의 마약 정책에서 중대한 방향 전환으로, 이미 여러 주가 시행하고 있는 흐름에 연방 정부가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마리화나를 현재의 ‘스케줄 I’에서 ‘스케줄 III’로 옮기는 것이다. 스케줄 I은 헤로인, LSD 등 의료적 효용이 없고 남용 위험이 높다고 분류된 약물군이다. 반면 스케줄 III에는 케타민, 일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처럼 제한적이지만 의료적 사용 가능성이 인정된 물질들이 포함된다.

다만 재분류가 이뤄진다고 해서 마리화나가 미국 전역에서 즉시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오락용 사용을 연방 차원에서 허용하는 조치는 아니지만, 규제 방식이 완화되고 특히 대마 산업이 부담해 온 높은 연방 세금 구조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열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들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며 의료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정말로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하며, 의료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의 의미를 부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치가 정치적으로는 초당적 합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법무부는 마리화나를 스케줄 III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민주당 내 공개적인 지지가 상대적으로 더 분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공화당 내부에서 상당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0여 명은 마리화나를 여전히 스케줄 I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마리화나가 여전히 위험한 물질이며, 재분류는 사용자의 신체·정신 건강뿐 아니라 교통 안전과 직장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테드 버드 상원의원이 주도했으며, “재분류의 수혜자는 미국인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같은 불량 행위자들”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약물 재분류는 마약단속국(DEA)의 장기간 검토 절차와 공청회, 수만 건에 달하는 공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DEA는 이미 마리화나 재분류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었으며, 이번 행정명령은 이 과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최종 결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수의 주가 성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거나 의료용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법은 여전히 엄격해, 특정 상황에서는 연방 차원의 처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러한 괴리는 주법과 연방법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을 낳아왔다.

여론은 점점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2005년 3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8%까지 증가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마리화나 및 대마 성분에 대한 연구 확대와 함께, 합법적인 햄프(hemp) 유래 CBD 접근성을 넓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를 총괄하는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의사의 권고가 있을 경우 고령층이 합법적인 햄프 유래 CBD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CBD의 효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리화나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는 과거 후보 시절 마리화나 문제를 주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대통령 재임 2기 동안에는 펜타닐 등 강력 마약과의 전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번 마리화나 재분류 추진은 의료, 산업, 정치 전반에 걸쳐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향후 DEA의 최종 결정과 의회의 반응이 미국 마약 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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