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립학교 시설 “위태로운 상황”…물 새고 에어컨 없고

CNN “학생들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

미국 공립학교 다수가 노후화 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진은 한 공립학교 교실 모습. 자료사진.
미국 공립학교 다수가 노후화됐지만 예산이 부족해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토목공학회(ASCE)는 작년 보고서에서 전국 8만4천여 개 공립 초중고교의 시설 상태를 ‘D+’로 평가했다.

전체 학교의 41%가 냉난방환기장치(HVAC) 문제를 보고했으며 전체 학군의 53%가 여러 건물 시스템을 개선·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학교시설협의회(NCSF)의 마이크 피컨스 사무국장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학교 건물들이 평균 49∼50년이 됐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서는 14개 학교가 에어컨이 없어 실내 온도가 29도를 넘으면 학생을 집에 보낸다. 학부모인 마샤 터너는 “너무 더워서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숨조차 쉴 수 없다. 한 명은 천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의 공립학교 65%는 지은 지 41년이 더 됐으며 3분의 1은 51년을 넘었다고 한다.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도 30곳이 넘는 학교가 더위 때문에 학생을 귀가시키거나 아예 며칠간 문을 닫았다. 현재 덴버시에 에어컨이 없는 학교는 40곳에 달한다. 덴버시는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채권까지 발행했지만, 공급망 문제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교실을 식히려고 낮에는 이동식 에어컨을 가져다 틀고 밤에는 창문을 여는데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말벌과 파리가 또 다른 문제다.

매사추세츠주 로웰시의 학교들은 물이 새는 천장이 문제다. 일부 학교는 교실 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온라인으로 모금하는 크라우드펀딩에 나서기까지 했다. 겨울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볼티모어 학교에서는 겨울에 교실 온도가 4도까지 내려간다. 한 초등학교는 2주 동안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열악한 시설은 학생의 교육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극심한 온도에서 집중하기 힘들고 건강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학내 폭력 문제로 소진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교단을 떠날 고민을 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실에서 선풍기를 7개나 틀어놓고 수업한다고 설명하고서 “대학원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 중 이런 열악한 환경을 용인하면서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 보수에 사용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학교시설협의회 등이 발간한 ‘2021년 학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예산 부족은 2016년 460억 달러에서 2021년 710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교의 예산 대부분은 소속 학군에서 거두는 재산세이며 주 정부 지원은 제한적이다. 가난한 지역일수록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국교육협회(NEA)의 메리 커슬러 국장은 “가진 자와 없는 자 간의 구조적인 불평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의 주소가 교육의 질을 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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