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지금 자리에 당분간 계속 머물게 됐다. 앞서 지역의회가 결의한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를 끝낼 때까지다.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18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평화의 소녀상 안전보장 결의안‘을 의결했다.
프랑크 베르테르만 의장(녹색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평화의 소녀상 안전보장 결의안이 다수결로 의결됐다“고 선언했다.
표결에는 구의원 52명이 참여해 39명이 찬성했고, 13명이 반대했다. 베를린 연립정부 참여정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좌파당 등 진보3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기독민주당(CDU)과 자유민주당(FDP)에서 나왔다.
좌파당이 제출한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을 미테구에 영구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때까지 소녀상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 자리에 설치 허가를 계속 연장하라고 미테구에 청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미테구의회는 지난해 12월 1일 평화의 소녀상이 미테구에 계속 머물 방안을 구의회 참여하에 마련하기로 하는 내용의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명령을 철회하고 당초 올해 8월 14일이었던 설치기한을 올해 9월 말까지로 6주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좌파당 틸로 우르흐스 구의원은 “지난해 12월 1일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설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의했고, 오는 5월 10일까지가 처리 기한인데 거듭된 요청에도 구청에서 미온적이어서 아직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는 코로나19로 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곧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고, 그 이후에는 선거가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소녀상이 설치허가가 종료됐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아 안전보장 차원에서 마련한 결의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르흐스 의원은 “소녀상은 단순히 한일문제 차원에서가 아니라 군사분쟁과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라는 근원적 문제 차원에서 봐야 한다“면서 “이번 결의안은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의 속도를 내기 위한 표지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테구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7월 설치를 허가했고, 소녀상은 지난해 9월 말 미테 지역 거리에 세워졌다.
그러나 설치 이후 일본 측이 독일 정부와 베를린 주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지난해 10월 7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가 철거 명령을 보류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미테구의회는 지난 11월 7일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머문다는 결의안인 만큼, 베를린 소녀상이 영구거주증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앞으로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