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한인타운에 갑자기 등장한 ‘낙지 식용 반대’ 빌보드 광고

동물보호단체 PETA, ‘산낙지 요리 반대’ 캠페인
한인 식생활 특정해 공격…“설득력 없다” 비판도

산호세 한인타운 중심가인 엘 카미노 리얼에 등장한 낙지 식용 반대 빌보드 광고.
산호세 한인타운의 중심가인 엘카미노 리얼에 낙지를 잡아먹지 말라는 빌보드 광고가 등장했다. 광고에는 ‘Get your hands off my tentacles!’라는 영어 문과와 함께 ‘내 다리에서 손 떼!’라는 한글이 적혀있다. 이어 빌보드 광고 아래쪽에는 ‘낙지는 예민하고 지능이 높으며 호기심이 많습니다. 잡아먹지 마세요!’ 라는 한글과 함께 같은 의미인 ‘Octopuses are sensitive, intelligent, and inquisitive. Don’t eat them!’이라는 영어가 적혀있다.

이번 광고는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nical Treatment of Animals)가 주도한 것으로 PETA는 지난 2018년에도 LA한인타운을 비롯해 산 채로 낙지를 절단해 먹는 산낙지 요리가 잔인하다며 이를 반대하는 빌보드를 캘리포니아 일대에 설치한 바 있다.

PETA는 지난 8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낙지는 도구를 사용하고 병 뚜껑도 열 수 있다”며 “낙지들 사이에서는 파트너와 애무, 키스 등을 통해 교감하고 몸의 색상 변화 등으로 의사소통도 하는 등 지능이 높다”고 낙지 식용 반대 의사를 밝혔다.

PETA 는 지난 2018년 빌보드 광고 등 대대적인 낙지 식용 반대 캠페인을 펼칠 때에도 산채로 낙지를 절단해 먹는 ‘산낙지’ 요리에 대해 ‘잔인’하다며 한인들의 식습관을 강하게 비난했으며, 이를 판매하는 한인식당들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PETA의 공격 대상이었던 한인식당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 일부에서도 거대 기업과 축산업 단체들이 버티고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산을 위한 사육과 도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못하면서 소수민족인 한인들의 식생활을 특정해 공격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었다.

하지만 PETA는 올해에도 산호세 한인타운을 시작으로 빌보드 광고 등을 통해 다시 낙지 식용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취재중 빌보드 광고 인근 한인타운에서 만난 한인들은 ‘이해’보다는 ‘불쾌함’을 털어놨다. 한인 K씨는 “동물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라별로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음식문화가 있기 마련인데, 여러 나라의 이색 음식 중에서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산낙지 식용’만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B씨도 “한인들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를 폄하하고 망신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빌보드 광고는 로렌스와 엘 카미노 리얼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동쪽으로 0.2마일 지점(구 교포마켓 맞은편, 3368 El Camino Real, Santa Clara)에 세워져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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