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VTA 경전철 차량기지 총격범, 피해자들 골라 쏜 듯”

주변인들, 총격범에 대해
"감정 기복 심하고 직장에 불만"
총격범 직장 사물함서
폭발물 재료·기폭장치 등 나와

산호세 VTA 경전철 차량기지에 26일 폭발물처리반과 경찰이 총기 난사 현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26일 산호세 VTA 경전철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피해자를 선별해 총을 쏜 것 같다고 수사 당국이 밝혔다. 이는 이번 총격 사건이 무차별 총기 난사이기보다는 특정인을 겨냥한 원한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총격범, 노조 간부에 “당신 안 쏠 것”…어떤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27일 CNN방송에 따르면 샌타클래라카운티 보안관 로리 스미스는 총격범이 사건 현장의 한 지역 노조 간부에게 “당신을 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노조 간부는 총격범 새뮤얼 캐시디(57)가 일하던 샌타클래라 밸리교통청(VTA)의 직원이 아니었다.

또 VTA 직원 커크 버톨렛은 “그(총격범)는 어떤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다른 사람들은 걸어서 지나쳤다”고 CNN에 증언했다. 버톨렛은 “그는 어떤 사람은 총으로 쏴 쓰러뜨리면서 어떤 사람은 살려줬다”고 말했다.

VTA의 기술직 남자 직원인 캐시디는 근무 교대가 이뤄지던 26일 오전 6시 34분께 차량기지 내 건물 2곳에서 2정의 반자동 권총으로 동료 등을 쏴 모두 9명을 숨지게 했다. 캐시디는 범행 와중에 경찰이 출동하자 자신의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모두 39발의 총알을 쐈으며 탄약이 장전된 탄창 11개를 갖고 있었다.

VTA는 샌타클래라 밸리 일대에서 버스와 경전철 등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직원이 약 2천명에 달한다. 캐시디가 쏜 총에 맞은 9명은 모두 숨졌다. 희생자들의 연령대는 29〜63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관들은 범행 동기를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로리 스미스 셰리프국 국장은 총격범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적인 유형의 총기였다면서도 총격범이 어떻게 총기를 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사건 당일 투입된 폭발물 탐지견이 수사관들을 총격범의 사물함으로 인도했고 그 안에서는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기폭장치가 발견됐다고 스미스 국장은 밝혔다.

스미스 국장은 그러나 왜 이 물건이 사물함에 있었는지, 총격범이 이것으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화재가 발생한 총격범의 집에서는 탄약과 더 많은 것이 발견됐다고 스미스 국장은 밝혔지만 더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26일 산호세 VTA 차량기지 총격 사건이 터진 뒤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 “감정 기복 심하고 직장일로 분개하기도…은둔자 성향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총격범 캐시디의 전처 세실리아 넴스는 캐시디가 자신의 일에 대해 분개해왔다고 밝혔다. 부당한 업무 분장이라고 여긴 일에 분개했고, 집에 오면 일에 대해 불평했다는 것이다. 또 동료와 상사에 대해 화가 나서 말했고 때로는 그 화를 넴스에게 돌리기도 했다.

넴스는 10년간 캐시디와 결혼 생활을 하다가 2005년 이혼했고 최근 13년간은 연락을 한 적이 없다. 또 캐시디와 약 1년간 데이트하다가 서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불편한 관계가 된 전 여자친구는 법원에 낸 서류에서 캐시디가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특히 술을 많이 마시면 이런 일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시디가 조울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여자친구는 또 캐시디가 자신과 심리전을 벌이는 것을 즐겼으며 몇 차례는 술에 만취해 격분한 채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캐시디가 대단히 은둔자적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옆집에 사는 부동산 중개인 도우 서는 5년 전 자기가 이사해온 뒤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말을 주고받은 몇 안 되는 경우는 차를 돌리려고 캐시디의 집 앞 도로를 잠깐 이용했을 때 캐시디가 화를 내며 고함을 친 적이라며 “그는 약간 이상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안녕’이란 말도 안 했다.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동네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고 조용했다”고 이 이웃은 전했다.

◇ 사건 현장서 8마일 떨어진 총격범 집서 의문의 화재

총격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8마일 떨어진 캐시디의 산호세 집에서 총격 사건이 신고된 지 3분 뒤 화재가 발생한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은 크게 파손됐다. 이 화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스미스 국장은 총격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하도록 어떤 종류의 장치가 작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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