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68㎏급 이대훈·여자 57㎏급 이아름
16강전서 연장전 끝 패배
한국 태권도 이틀째 '노 골드' 수모
태권도 종주국의 간판 이대훈(29·대전시청)이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한풀이에 실패했다. 생애 처음 올림픽에 나선 이아름(29·고양시청) 역시 첫판에서 져 한국 태권도는 이틀 연속 ‘노 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이대훈은 25일(현지시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이틀째 남자 68㎏급 16강전에서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와 연장 승부 끝에 무릎을 꿇었다.
2분씩 3라운드 경기에서 19-19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뒤 먼저 두 점을 뽑는 선수가 승리하는 골든 포인트제 연장에서 시작한 지 17초 만에 상대 왼발에 먼저 몸통을 맞아 2실점하고 패했다. 이로써 이대훈은 8강 진출이 좌절돼 금메달 도전도 멈췄다. 라시토프가 결승에 올라야 이대훈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처지다.
이대훈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한국 태권도가 선수가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것은 은퇴한 황경선(2004, 2008, 2012년)과 차동민(2008, 2012, 2016년)에 이어 이대훈이 세 번째다. 이대훈은 58㎏급에 출전한 런던 대회에서는 은메달, 68㎏급에 나선 리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에서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건 한국 태권도 선수는 이대훈뿐이다.
이대훈은 도쿄에서 금메달에 재도전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찌감치 정상을 밟아본 이대훈이 도쿄에서 금메달을 따면 런던 대회 때부터 미뤄온 4개 메이저 대회 우승(그랜드슬램)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판에서 충격적인 패배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이대훈은 이 체급 세계랭킹 1위다.
반면 라시토프는 58㎏급에서 뛰다가 체급을 올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터라 68㎏급 랭킹이 없어 가장 낮은 17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58㎏급 랭킹도 32위에 불과한 무명 선수다. 라시노프는 32강전을 치르고 이대훈 앞에 섰다.
이대훈은 1라운드에서 10-3으로 앞서며 무난히 8강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라운드 중반 라시토프가 회전 발차기 공격을 이대훈의 머리에 적중해 5점을 뽑는 등 기세를 올려 순식간에 15-11로 점수 차가 줄어들었다. 이대훈이 17-11로 앞선 채 2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비디오 리플레이로 인해 3라운드 시작이 지연됐다. 지친 모습의 라시토프에게는 체력을 회복할 기회가 된 듯했다.
3라운드에서 이대훈은 라시토프에게 회전 몸통 공격과 헤드 킥 등을 허용하고 18-19로 역전당했다. 그러고는 종료 11초 전 상대 감점으로 겨우 동점을 만들어 연장까지 벌이게 됐으나 결국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아름도 여자 57㎏급 16강전에서 대만의 로자링에게 연장 승부 끝에 18-20으로 패했다. 3라운드까지 18-18로 맞선 뒤 연장에서 먼저 연속 감점으로 2점을 빼앗겼다. 이아름 역시 로자링이 결승에 진출해야만 패자부활전에 나서서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이아름에게 올림픽은 이번 도쿄 대회가 첫 출전이다. 이아름도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데뷔전에서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믿었던 이대훈과 이아름마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이틀째 ‘노 골드‘ 상태다. 아직 결승에 오른 선수조차 없다. 전날 남자 58㎏급 장준(한국체대)이 4강에서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땄고, 여자 49㎏급 심재영(춘천시청)은 8강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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