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왜 이러나…여성들 방뇨몰카 유포도 모자라 무혐의까지

미성년자들까지 포함해 여성 80〜100명 피해
법원 "공공장소라 사생활침해 아냐" 면죄부
솜방망이 처벌·묻지마 외면에 시민·정치권 공분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거리로 나온 스페인 여성들.
스페인에서 여성들이 방뇨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3년 전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늑대무리 사건’이 재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 판사는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여아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2019년 북서부 세르보 마을에서 열린 지역축제 당시 화장실이 부족해 골목에서 소변을 봤는데 이 모습을 신원미상의 가해자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했다.

영상 상당수가 피해자들의 얼굴과 성기 등을 근접해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 영상은 성인사이트에 게재돼 돈을 받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됐다. 인디펜던트지는 피해자 규모를 최소 1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처음에 사건을 맡은 바스케스 판사가 사건을 기각하면서 이후 여성단체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존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사적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장소 내 촬영은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온라인 캠페인이 확산했고,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도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사건은 정치권까지 퍼진 형국이다.

한 피해 여성은 영상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지인한테 전해 듣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는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정말 당황스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결정 소식을 듣고 더 절망에 빠졌다. 그는 이에 대해 “누군가 거리에서 당신을 촬영하고 영상을 성인사이트에 올려 돈을 버는 행위가 괜찮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잘못된 전례로 남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한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페인에서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식 접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법원이 가해 남성 5명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일명 ‘늑대무리 사건’을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로 판결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1·2심을 뒤집고 강간죄를 적용해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이후 피해자 의사를 중점으로 두는 성폭행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확산했다. 결국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돼 지난 7월 피해자의 의사가 강간 처벌 기준이 되는 일명 ‘예스 민스 예스(only yes means yes)’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의회 심의에 들어갔다. 이는 유럽에서는 비교적 후발주자로 움직인 것으로 영국이나 스웨덴, 독일 등에서는 이미 관련 법규가 온전하게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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