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 주지사가 미성년자의 성전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화당 애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면 청소년들의 가장 민감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의사와 학부모들을 간섭하는 꼴“이라고 지적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앞서 보수 성향의 허친슨 주지사는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에는 잇따라 찬성했다. 지난달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체육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의사들이 종교와 도덕을 근거로 환자의 수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허친슨 주지사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의사의 의견을 경청한 끝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이 (금지 범위가) 너무 폭넓고 극단적“이라면서 “법안이 발효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암시장이나 다른 주로 가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P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전환 수술 금지 법안은 최소 17개 주에서 발의된 상태다. 미성년자에게 성호르몬 억제제를 처방하거나 호르몬 요법, 성전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아칸소주 상원은 지난주 법안을 찬성 28표 반대 7표로 가결했다. 미국에서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아칸소주가 처음이다. 허친슨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아칸소주 상원은 법안을 재의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WP는 전했다. 아칸소주에서는 단순 다수로 거부된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친슨 주지사는 “법안이 재의결되더라도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에게 문제를 재고해볼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좀 더 절제된 방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소아과학회와 내분비학회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미성년자들에게 성호르몬 억제제를 맞히거나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을 지지해왔다. 미국 아동·청소년 정신과학회(AACAP)도 성 정체성 때문에 갈등하는 미성년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의대와 펜웨이연구소가 지난해 소아과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성호르몬 억제제를 맞은 경우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확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