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후보 지명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은 “나에게 단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6일 전했다. 그는 화려한 할리우드의 시상식은 “전혀 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스카 후보 지명은) 저에게는 매우 낯설다“며 “이 정도면 충분하고, 나는 이미 승자가 된 기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과거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어떤 배우가 상을 받을지 예측하는 ‘점쟁이‘ 역할을 하곤 했다면서 오스카 무대 위에 오르는 자신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시상식을 시청하는 관객으로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캐나다 밴쿠버 촬영 일정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해 매니저로부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그는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뒤 15일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 내리고 한 시간 뒤에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을 알게 됐다면서 “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가 갑자기 ‘와, 후보에 지명됐다‘라고 알려줬다“며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어리둥절해서) 울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매니저는 (오스카 후보 지명에) 저보다 더 감정적으로 됐고, 나도 멍해지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그냥 매니저를 껴안고 거실에 있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에서 막 귀국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2주 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겠지만, 여기에 올 방법은 없다“고 ‘윤여정 표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매니저는 술을 전혀 마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저는 일흔 살이 넘었기 때문에 집에서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샴페인 한잔으로 혼자 축하주를 마셨다는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미국 평단이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며 쏟아낸 찬사에 대해선 “일종의 스트레스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불리는 것이 칭찬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그런 일(오스카 후보 지명)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며 “제가 그녀와 비교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힘과 에너지가 있다면 일생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LA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한국계 스티븐 연은 LAT에 “정말 멋진 일이고 흥분된다“며 오스카 후보 지명이라는 “축복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그는 “제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라며 ‘미나리‘를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넓고 깊은 이해를 하는데 기여한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계에 대한 할리우드의 인식이 바뀐 것으로 보느냐는 뉴욕타임스(NYT)의 질문에는 “나의 문화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고, 그것으로 돌파구를 만든다면 멋진 일“이라며 “가능한 한 정직하게 내 입장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카데미가 남우주연상 후보 명단을 발표했을 때 새벽잠을 자던 중이었고, 축하 인사를 전하는 핸드폰이 쉴새 없이 울리는 통에 눈을 떠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애썼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그는 “아직도 피곤하다.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오스카 후보 지명은 “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