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배가 저녁을 사겠다고 사람들을 모으랍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모는 일은 나의 책임과 의무. 시간 장소 정해서 모두에게 연락했지요. 그 중에는 ‘민츠식당’ 주인이던 대경 씨와 그의 아내 미셸도 있었어요. 지난 해 6월, 식당을 친구에게 인계한 후 하와이, 뉴욕 등을 여행하면서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나서 잠시 집에 있다고 하길래 오라고 했습니다. 모이는 사람들이 다 할매할배들 뿐이라 젊은 축에 들어가는 대경 씨 부부를 오라고 하는 게 좀 미안했었는데 쾌히 참석을 했더군요.
열 댓명이 모인 저녁 식사자리. 술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근데 식당에 술이 없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술 라이센스가 없어 주류를 취급 못한답니다. 그 말을 들은 대경 씨가 얼른 나가더니 차가운 맥주를 몇 박스 사들고 옵니다. 모인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할배가 밥값을 내려고 나가는데 대경 씨가 얼른 따라나갑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대경 씨가 식당주인한테 미리 자기 크레딧카드를 줘놓았답니다. 자기가 밥값을 다 낸다면서. 그러는 법이 어딨냐고 할배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할배가 밥값을 내게 되었답니다. 왜냐면 할배는 현금을 항상 내거든요. 식당측으로서는 현금을 선호하는 게 당연지사.
그 많은 사람들의 밥값을 부담하겠다고 카드를 미리 주인에게 맡겼던 대경 씨.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왔습니다. 얼마 뒤 대경 씨 부부를 내가 초대했습니다. 랍스터랑 스테이크 전문인 아주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내 남편과 위에 밥값 낸 할배가 자리를 함께 했지요. 나는 말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낼 테니까 최고 비싼 것, 최고 좋은 걸로 시키라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비싼 칵테일도 시키고 남편을 종용해 최고급 와인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중에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누가 밥값을 다 냈대요. 대경 씨가 먼저 계산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나는 밥 산다고 생색만 실컷 내는 형색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 후. 내가 좋아하는 한 할배의 생일잔치를 기해 갈비집에 열 댓명을 초대했습니다. 몇몇 할배생일에는 내가 꼭 밥을 사지요. 물론 대경 씨 부부도 불렀지요. 이번에야말로 부부에게 진 빚을 갚자고 작심하고요. 고기에, 술에, 부어라 마셔라 실컷 배를 채우고 계산을 하러 갔습니다. 엄마야! 이번에도 대경 씨가 자기가 내겠다면서 크레딧 카드를 먼저 주인에게 맡겨놨네요. 나는 그 카드를 도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 카드로 저녁값을 냈지요. 카드 프로세스가 끝나고 사인까지 다 마쳤습니다. 대경 씨가 이 모습을 멀리서 본 모양입니다. 마구 달려 옵니다. 자기가 내겠다고 했지 않았냐고 주인을 나무랍니다. 그러면서 자기 카드를 주인에게 막무가내 던져줍니다. 나는 물론 그 카드를 도로 뺏아서 그에게 쥐어주고. 둘이 씨름을 하는데 대경 씨가 주인한테 말합니다. 자기 카드를 쓰게 해주면 내가 낸 팁보다 두 배의 팁을 더 주겠다고. 주인이야 대경 씨가 더 좋지요. 두 배의 팁을 받을 수 있는데. 주인이 얼른 프로세스가 끝난 내 카드의 돈을 리펀해 줍니다. 그리고는 대경 씨의 카드로 차지합니다.
나로부터 이 얘기를 들은 참석자들이 모두 의아해하고 있는데 돈을 내고 돌아온 대경 씨가 말합니다.
“나 힘들어서 눈물날 때 누님(나보다 열 살 정도 어린 대경 씨는 나를 누님이라고 불러요)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누님을 비롯해 주위분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 기회가 생겨서 참 다행입니다…”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들입니다. 그들은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졸지에 대경 씨가 눈물날 때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된 나. 참 쑥스러웠습니다.
내가 대경 씨가 운영하는 민츠식당을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히였습니다. 이 동네에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그 곳에 식당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대경 씨의 부모가 내 중앙일보 칼럼 애독자라면서 한 번 만나자고 해서 얼굴을 봤을 때도 아들인 대경 씨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안 했으니까요. 어쨌든 한 번 가 보게 된 민츠식당. 처음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친절하고 정갈하고 깨끗하고 구석진 곳까지, 식기 하나까지 주인의 세밀한 손길이 닿은 게 보였습니다.
생긴 건 푹 퍼진 호떡장사 아줌마같지만 주위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까다롭고 유별난 나입니다. 아무리 음식 맛이 좋은 식당에서도 작은 결점이 눈에 뜨이면 짜증이 저절로 납니다. 민츠식당에서는 짜증이 나 본적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기대치가 충족되었으니까. 이를 테면 민츠식당은 ‘스리라차 소스’ 병 하나도 내 마음에 쏙 들게 했어요. 항상 병 주둥이 부분이 반짝반짝 깨끗해요. 그리고 소스가 병 목까지 꽉 차 있어요. 매번 새 병을 쓰는 기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식당 가서 소스병 주둥이 부분을 살펴보세요. 말라 비틀어진 소스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래서 지인들과 밥 먹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민츠식당. 직장에서도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동료들에게도 무조건 민츠식당. 이벤트 할 일이 있어도 무조건 민츠식당. 민츠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여왕벌’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주위에 사람이 많을 때입니다. 적게는 대여섯명, 많을 땐 열 댓명까지. 어떤 땐 하루에 두번을 갈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데리고 간 사람들은 다 민츠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내가 처음 가보고 마음에 들었듯이.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중앙일보 칼럼에도 민츠식당에 대해 몇 번 썼더랬어요. 내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민츠식당이 가까이 있어서란 내용이었습니다. 이 칼럼에도 두어번 썼을 겁니다. 다른 주에 사는 한 애독자는 도대체 민츠식당이 어떤 곳이길래하고 맵으로 찾아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자기 집에서 2박 3일을 운전해 와야 하는 곳이더라고. 그 독자가 작년 가을, 나를 찾아왔습니다. 우리집으로 오기 전에 민츠식당부터 먼저 가봤다고 합니다. 그 때는 이미 새 주인한테 인계가 된 상태. 실내 수리를 위해 문을 열지 않고 있었어요. 얼마나 아쉬워 하던지.
그런데요. 처음에 나는 대경 씨의 식당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갈 때마다 손님이 없길래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식당에 왜 손님이 없을까, 안타깝게 생각은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손님들을 민츠로만 끌고 갈 계기가 되기도 했었지만. 알고봤더니 대경 씨가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한 내가 그 동네에 30년을 살면서도 그 곳에 식당이 있는 줄 몰랐던 것처럼 장소가 좀 외져서. 어쨌든 나로 인해 손님들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땐 아는 사람 만나 인사하다가 밥이 다 식기도 할 만큼.
갈 때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신바람도 났습니다. 그래서 민츠식당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졌으면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경 씨 부부에게 김치를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팔라는 권유도 했습니다. 그 김치가 대박이 났어요. 일주일도 몇 박스를 담구어야 할 만큼. 김치 한 보시기에 3불 정도를 받았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다른 음식은 안 시켜도 될 만큼이었습니다. 물론 나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무한정 김치가 제공되었습니다.
또 간판을 크게 바꾸라는 조언도 했어요. 한 지인과 민츠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GPS를 켜고도 찾지를 못해 몇 바퀴를 돌았다는 이야기를 듣고요.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대경 씨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내 오지랍이 넓어서 멋지고 좋은 게 있으면 남들에게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 뿐. 내 마음에 쏙 드는 식당인데 남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선전해주고 사람들을 데려간 것뿐입니다. 오히려 나는 중앙일보칼럼에도 썼듯이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아무 때나, 자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이 우리집 근처에 있는 게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었는데요. 대경 씨 부부한테는 자신들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걸로 느껴졌나봐요.
그런데요. 내가 아무리 그들의 눈물을 닦아줬다 한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면 마음도 따라 변합니다. 고마웠던 마음이 희석됩니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지 갚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흔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경 씨 부부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신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힘들어서 눈물이 날 때는 언제였나요? 그 눈물을 닦아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눈물을 닦아준 사람에게 보답을 했나요?
이계숙(작가)
열 댓명이 모인 저녁 식사자리. 술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근데 식당에 술이 없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술 라이센스가 없어 주류를 취급 못한답니다. 그 말을 들은 대경 씨가 얼른 나가더니 차가운 맥주를 몇 박스 사들고 옵니다. 모인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할배가 밥값을 내려고 나가는데 대경 씨가 얼른 따라나갑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대경 씨가 식당주인한테 미리 자기 크레딧카드를 줘놓았답니다. 자기가 밥값을 다 낸다면서. 그러는 법이 어딨냐고 할배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할배가 밥값을 내게 되었답니다. 왜냐면 할배는 현금을 항상 내거든요. 식당측으로서는 현금을 선호하는 게 당연지사.
그 많은 사람들의 밥값을 부담하겠다고 카드를 미리 주인에게 맡겼던 대경 씨.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왔습니다. 얼마 뒤 대경 씨 부부를 내가 초대했습니다. 랍스터랑 스테이크 전문인 아주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내 남편과 위에 밥값 낸 할배가 자리를 함께 했지요. 나는 말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낼 테니까 최고 비싼 것, 최고 좋은 걸로 시키라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비싼 칵테일도 시키고 남편을 종용해 최고급 와인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중에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누가 밥값을 다 냈대요. 대경 씨가 먼저 계산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나는 밥 산다고 생색만 실컷 내는 형색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 후. 내가 좋아하는 한 할배의 생일잔치를 기해 갈비집에 열 댓명을 초대했습니다. 몇몇 할배생일에는 내가 꼭 밥을 사지요. 물론 대경 씨 부부도 불렀지요. 이번에야말로 부부에게 진 빚을 갚자고 작심하고요. 고기에, 술에, 부어라 마셔라 실컷 배를 채우고 계산을 하러 갔습니다. 엄마야! 이번에도 대경 씨가 자기가 내겠다면서 크레딧 카드를 먼저 주인에게 맡겨놨네요. 나는 그 카드를 도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 카드로 저녁값을 냈지요. 카드 프로세스가 끝나고 사인까지 다 마쳤습니다. 대경 씨가 이 모습을 멀리서 본 모양입니다. 마구 달려 옵니다. 자기가 내겠다고 했지 않았냐고 주인을 나무랍니다. 그러면서 자기 카드를 주인에게 막무가내 던져줍니다. 나는 물론 그 카드를 도로 뺏아서 그에게 쥐어주고. 둘이 씨름을 하는데 대경 씨가 주인한테 말합니다. 자기 카드를 쓰게 해주면 내가 낸 팁보다 두 배의 팁을 더 주겠다고. 주인이야 대경 씨가 더 좋지요. 두 배의 팁을 받을 수 있는데. 주인이 얼른 프로세스가 끝난 내 카드의 돈을 리펀해 줍니다. 그리고는 대경 씨의 카드로 차지합니다.
나로부터 이 얘기를 들은 참석자들이 모두 의아해하고 있는데 돈을 내고 돌아온 대경 씨가 말합니다.
“나 힘들어서 눈물날 때 누님(나보다 열 살 정도 어린 대경 씨는 나를 누님이라고 불러요)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누님을 비롯해 주위분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 기회가 생겨서 참 다행입니다…”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들입니다. 그들은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졸지에 대경 씨가 눈물날 때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된 나. 참 쑥스러웠습니다.
내가 대경 씨가 운영하는 민츠식당을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히였습니다. 이 동네에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그 곳에 식당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대경 씨의 부모가 내 중앙일보 칼럼 애독자라면서 한 번 만나자고 해서 얼굴을 봤을 때도 아들인 대경 씨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안 했으니까요. 어쨌든 한 번 가 보게 된 민츠식당. 처음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친절하고 정갈하고 깨끗하고 구석진 곳까지, 식기 하나까지 주인의 세밀한 손길이 닿은 게 보였습니다.
생긴 건 푹 퍼진 호떡장사 아줌마같지만 주위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까다롭고 유별난 나입니다. 아무리 음식 맛이 좋은 식당에서도 작은 결점이 눈에 뜨이면 짜증이 저절로 납니다. 민츠식당에서는 짜증이 나 본적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기대치가 충족되었으니까. 이를 테면 민츠식당은 ‘스리라차 소스’ 병 하나도 내 마음에 쏙 들게 했어요. 항상 병 주둥이 부분이 반짝반짝 깨끗해요. 그리고 소스가 병 목까지 꽉 차 있어요. 매번 새 병을 쓰는 기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식당 가서 소스병 주둥이 부분을 살펴보세요. 말라 비틀어진 소스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래서 지인들과 밥 먹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민츠식당. 직장에서도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동료들에게도 무조건 민츠식당. 이벤트 할 일이 있어도 무조건 민츠식당. 민츠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여왕벌’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주위에 사람이 많을 때입니다. 적게는 대여섯명, 많을 땐 열 댓명까지. 어떤 땐 하루에 두번을 갈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데리고 간 사람들은 다 민츠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내가 처음 가보고 마음에 들었듯이.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중앙일보 칼럼에도 민츠식당에 대해 몇 번 썼더랬어요. 내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민츠식당이 가까이 있어서란 내용이었습니다. 이 칼럼에도 두어번 썼을 겁니다. 다른 주에 사는 한 애독자는 도대체 민츠식당이 어떤 곳이길래하고 맵으로 찾아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자기 집에서 2박 3일을 운전해 와야 하는 곳이더라고. 그 독자가 작년 가을, 나를 찾아왔습니다. 우리집으로 오기 전에 민츠식당부터 먼저 가봤다고 합니다. 그 때는 이미 새 주인한테 인계가 된 상태. 실내 수리를 위해 문을 열지 않고 있었어요. 얼마나 아쉬워 하던지.
그런데요. 처음에 나는 대경 씨의 식당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갈 때마다 손님이 없길래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식당에 왜 손님이 없을까, 안타깝게 생각은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손님들을 민츠로만 끌고 갈 계기가 되기도 했었지만. 알고봤더니 대경 씨가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한 내가 그 동네에 30년을 살면서도 그 곳에 식당이 있는 줄 몰랐던 것처럼 장소가 좀 외져서. 어쨌든 나로 인해 손님들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땐 아는 사람 만나 인사하다가 밥이 다 식기도 할 만큼.
갈 때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신바람도 났습니다. 그래서 민츠식당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졌으면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경 씨 부부에게 김치를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팔라는 권유도 했습니다. 그 김치가 대박이 났어요. 일주일도 몇 박스를 담구어야 할 만큼. 김치 한 보시기에 3불 정도를 받았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다른 음식은 안 시켜도 될 만큼이었습니다. 물론 나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무한정 김치가 제공되었습니다.
또 간판을 크게 바꾸라는 조언도 했어요. 한 지인과 민츠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GPS를 켜고도 찾지를 못해 몇 바퀴를 돌았다는 이야기를 듣고요.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대경 씨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내 오지랍이 넓어서 멋지고 좋은 게 있으면 남들에게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 뿐. 내 마음에 쏙 드는 식당인데 남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선전해주고 사람들을 데려간 것뿐입니다. 오히려 나는 중앙일보칼럼에도 썼듯이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아무 때나, 자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이 우리집 근처에 있는 게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었는데요. 대경 씨 부부한테는 자신들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걸로 느껴졌나봐요.
그런데요. 내가 아무리 그들의 눈물을 닦아줬다 한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면 마음도 따라 변합니다. 고마웠던 마음이 희석됩니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지 갚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흔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경 씨 부부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신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힘들어서 눈물이 날 때는 언제였나요? 그 눈물을 닦아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눈물을 닦아준 사람에게 보답을 했나요?
이계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