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역사는 오늘의 판결을 부끄럽게 기록할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21일(한국시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각하되자 “너무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에서 열린 일본 정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선고를 직접 듣기 위해 대리인들과 함께 법원에 나왔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앉은 이 할머니는 조용히 재판부의 판결 요지를 들었지만, 패소 가능성이 짙어지자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는 재판부의 주문 낭독 전 대리인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분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한 회복으로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로를 건넸지만, 할머니는 이미 자리를 떠난 후였다.
이 할머니는 법정을 나와 취재진에게 “너무 황당하다.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소하실 생각이냐‘, ‘다른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과 다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갑니다. 꼭 갑니다“라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택시를 타고 떠나기 전 눈물을 흘리며 “저는 피해자들 똑같이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저만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은 여러분이 알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이 할머니가 위원장으로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이라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이 할머니는 부당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 등 다음 수순을 고민 중“이라며 “한국 법원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일본 정부 태도가 계속된다면 ICJ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것을 (이 할머니가) 거듭 제안했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도 이날 선고 후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정의연은 “국가면제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고, 헌법재판소에서도 2015년 한일합의가 법적인 권리 절차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도 그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아쉬운 것은 오늘 이 할머니가 직접 나오셨는데, 한 시간 동안의 판결 내내 피해자들의 청구 이유인 인간으로서의 존엄 회복을 위한 내용이 한 마디도 없었다“며 “피해자 인권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오늘의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 판결로 1월 승소 판결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은 1월 판결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의연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할머니들과 논의해보겠다.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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