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악역 정수민 역…분노 연기 호평 "당시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몰입해서 연기"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낯설어서 놀라곤 했어요. 나쁜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인상이 변하더라고요.”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송하윤이 분노에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지막이 내뱉는다. ‘와 씨’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분노하는 송하윤의 연기는 드라마를 안 본 이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깊은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영상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고, 악역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송하윤은 새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서울 강남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송하윤은 인터뷰 도중 연신 마른기침을 했다. 드라마 후반부에 바락바락 악을 쓰느라 목이 다친 게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정말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한 작품이었어요. 전에는 해보지 않은 얼굴이다 보니 온전히 제가 저를 다 버려야지만 새로운 눈빛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전의 모습들이 제 발목을 잡고 저를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여태껏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들을 전부 다 지우기도 했어요.”
하얀 피부와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매력으로 꼽히는 송하윤은 그동안 주로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맡았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착하고 순해 빠진 사랑꾼 백설희가 대표적이다. 특별히 악역을 택한 이유가 있었냐고 묻자 송하윤은 “제 연기에 스스로도 질려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한참 권태로움을 느끼던 와중, 이 대본을 만나서 바로 도전을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민이 같은 캐릭터는 여자 연기자에게 있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고 했다.
“귀엽고, 예쁘고, 못되고, 질투하고, 서서히 미치고. 수민이는 온갖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다양하고 어려운 연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죠.”
송하윤은 이번에 항상 곁을 지켜준 친구 강지원(박민영 분)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정수민을 연기했다. 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강지원이 입원한 틈을 타 그의 남편과 뻔뻔하게 불륜 행각을 벌이는 캐릭터다.
송하윤은 “정수민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못 한 것 같아 수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런 난해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송하윤은 스스로를 끝없이 괴롭히며 몰입했다.
그는 “거의 1년 동안 촬영했는데 일상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다 모아뒀다가 현장에서 끌어 썼다”며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서 정수민의 행복으로 쓴 셈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첫 회 시청률 5.2%로 출발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주인공 강지원의 ‘사이다 복수’로 큰 호응을 얻었다. 3회 만에 작년 tvN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5.9%)을 뛰어넘었고, 10회 만에 시청률 10%대를 돌파했다.
송하윤은 각성한 강지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정수민의 불안감과 분노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본심을 숨기려다가 나오는 찰나의 표정, 화를 억누를 때 미세하게 떨리는 입꼬리와 흔들리는 눈빛 등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하윤은 “어떻게 연기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 촬영했다”며 “한 번은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 버거워서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따로 노력할 필요도 없이 현장에서 박민환과 강지원에게 모진 말들을 들으면 저절로 너무 화가 났어요. 얼굴이랑 목이 고구마처럼 붉어지니까 열을 식힌 다음에 촬영을 들어간 적도 있고, 손이 너무 떨려서 제 옷을 붙잡고 연기하기도 했죠.”
송하윤은 정수민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으로 아빠에게 버림받고 오열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수민이는 궁지에 몰렸을 때 한 번 거짓 눈물을 흘린 적은 있지만, 남 앞에서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거짓된 삶을 살아온 수민이가 진짜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장면을 찍고 나서부터 목이 나가기 시작했는데 촬영하면서 숨이 잘 안 쉬어질 만큼 마음 아픈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촬영 당시의 기억을 되짚던 송하윤은 목이 멘 듯 울먹이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내 “이 눈물은 후유증입니다”라며 민망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송하윤도 정수민의 피해자 같아요. 수민이가 저를 이용한 기분이에요. (웃음)”
고교 시절 잡지 모델로 데뷔해 2005년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으로 연기를 시작한 송하윤은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쌈, 마이웨이’ 등으로 몇 차례 ‘반짝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 전까지는 탄탄한 연기력에 비해 인지도가 아쉬운 배우였다. 그는 “모두가 각자의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찍 성공하는 남들을 보며 성내봤자 저만 괴로울 뿐이니 그저 건강히 지내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으로 마치 제 자아를 깨트린 것 같아요. 이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한 연기인데, 더 내려갈 곳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웃음)”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송하윤이 분노에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지막이 내뱉는다. ‘와 씨’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분노하는 송하윤의 연기는 드라마를 안 본 이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깊은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영상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고, 악역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송하윤은 새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서울 강남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송하윤은 인터뷰 도중 연신 마른기침을 했다. 드라마 후반부에 바락바락 악을 쓰느라 목이 다친 게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정말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한 작품이었어요. 전에는 해보지 않은 얼굴이다 보니 온전히 제가 저를 다 버려야지만 새로운 눈빛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전의 모습들이 제 발목을 잡고 저를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여태껏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들을 전부 다 지우기도 했어요.”
하얀 피부와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매력으로 꼽히는 송하윤은 그동안 주로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맡았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착하고 순해 빠진 사랑꾼 백설희가 대표적이다. 특별히 악역을 택한 이유가 있었냐고 묻자 송하윤은 “제 연기에 스스로도 질려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한참 권태로움을 느끼던 와중, 이 대본을 만나서 바로 도전을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민이 같은 캐릭터는 여자 연기자에게 있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고 했다.
“귀엽고, 예쁘고, 못되고, 질투하고, 서서히 미치고. 수민이는 온갖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다양하고 어려운 연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죠.”
송하윤은 이번에 항상 곁을 지켜준 친구 강지원(박민영 분)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정수민을 연기했다. 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강지원이 입원한 틈을 타 그의 남편과 뻔뻔하게 불륜 행각을 벌이는 캐릭터다.
송하윤은 “정수민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못 한 것 같아 수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런 난해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송하윤은 스스로를 끝없이 괴롭히며 몰입했다.
그는 “거의 1년 동안 촬영했는데 일상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다 모아뒀다가 현장에서 끌어 썼다”며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서 정수민의 행복으로 쓴 셈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첫 회 시청률 5.2%로 출발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주인공 강지원의 ‘사이다 복수’로 큰 호응을 얻었다. 3회 만에 작년 tvN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5.9%)을 뛰어넘었고, 10회 만에 시청률 10%대를 돌파했다.
송하윤은 각성한 강지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정수민의 불안감과 분노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본심을 숨기려다가 나오는 찰나의 표정, 화를 억누를 때 미세하게 떨리는 입꼬리와 흔들리는 눈빛 등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하윤은 “어떻게 연기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 촬영했다”며 “한 번은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 버거워서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따로 노력할 필요도 없이 현장에서 박민환과 강지원에게 모진 말들을 들으면 저절로 너무 화가 났어요. 얼굴이랑 목이 고구마처럼 붉어지니까 열을 식힌 다음에 촬영을 들어간 적도 있고, 손이 너무 떨려서 제 옷을 붙잡고 연기하기도 했죠.”
송하윤은 정수민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으로 아빠에게 버림받고 오열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수민이는 궁지에 몰렸을 때 한 번 거짓 눈물을 흘린 적은 있지만, 남 앞에서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거짓된 삶을 살아온 수민이가 진짜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장면을 찍고 나서부터 목이 나가기 시작했는데 촬영하면서 숨이 잘 안 쉬어질 만큼 마음 아픈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촬영 당시의 기억을 되짚던 송하윤은 목이 멘 듯 울먹이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내 “이 눈물은 후유증입니다”라며 민망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송하윤도 정수민의 피해자 같아요. 수민이가 저를 이용한 기분이에요. (웃음)”
고교 시절 잡지 모델로 데뷔해 2005년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으로 연기를 시작한 송하윤은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쌈, 마이웨이’ 등으로 몇 차례 ‘반짝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 전까지는 탄탄한 연기력에 비해 인지도가 아쉬운 배우였다. 그는 “모두가 각자의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찍 성공하는 남들을 보며 성내봤자 저만 괴로울 뿐이니 그저 건강히 지내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으로 마치 제 자아를 깨트린 것 같아요. 이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한 연기인데, 더 내려갈 곳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