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 떨어진 운석 조각들이 천문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운석이 태양계 생성기인 약 46억년 전의 화학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 희귀 물질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생명의 기원에 관한 단서가 담겼을 수도 있다고 학자들은 기대한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저녁 영국 남부 지역에서 하늘을 가로지르며 활활 타오르는 유성 하나가 관측됐다. 이 ‘별똥별‘은 영국 자연사박물관 측이 설치해둔 특수 카메라에도 포착됐고, 카메라에 담긴 정보를 활용해 낙하지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운석의 일부 조각은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에 있는 윈치콤이란 작은 마을 주민의 집 앞 차도에 떨어졌다. 학자들이 이를 실제 운석 조각으로 확인했고, 이후 수색팀이 파견돼 다른 조각들도 찾아냈다. 인근 주민들의 발견 신고도 잇따랐다.
현재까지 총 300〜400g의 운석 조각이 확보돼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운석은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오염되지 않아 태양계 초기 역사와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이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사박물관 소속 애슐리 킹 박사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쉽게 말해 태양계를 다 짓고 남은 건축 자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에는 간단한 유기물과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고, 일부에는 물로 인해 생성된 무기질도 있다“라면서 “즉 지구처럼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재료가 있다“라고 전했다.
위치콤 차도에 떨어진 운석 조각을 학자로선 최초로 확인한 리처드 그린우드 오픈유니버시티 연구원은 “집주인이 비닐봉지에 넣어둔 조각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말 특별한 운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운석은 약 6만5천개에 이른다. 이 중 낙하 모습이 실제로 관측된 건 1천206개에 불과하고, 탄소질 콘드라이트 성분인 건 51개로 더욱 희귀하다.
이번에 수집된 조각은 최근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지구에서 약 3억4천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가져온 시료와 비슷하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