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으로 얼룩진 미국…낙태권 시위로 전역 시끌

대법원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 주의사당·법원앞 결집
낙태 반대 활동가들은 '축제' 분위기…양측 충돌도

지난 5월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뒤집은 24일 미 전역은 찬성과 반대 두 갈래로 나뉘어 들끓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미국 곳곳에선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에선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낙태권 옹호 시위가 진행됐다. 주의회에서 다수를 점한 공화당을 상대로 낙태 금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다는 취지였다.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일부 참가자는 의사당 창문과 문을 두드리거나 발로 차는 등 행동을 보였다. 이에 현지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인근 광장으로 밀어낸 뒤 해산시켰다.

애리조나주 공공안전부는 “시위대가 주상원 건물 유리문을 반복적으로 두드려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면서 시위대가 광장에서도 기념물 등을 훼손하려 해 재차 최루탄을 써 해산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애리조나주에서는 낙태 클리닉 일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공화당이 주의회 다수를 점한 조지아주와 텍사스주에서도 각각 주의회 의사당과 연방법원 청사 앞에 많은 시민이 몰려 낙태 금지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화당과 달리 낙태권을 옹호하는 민주당이 강세여서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 주민들도 일제히 거리로 나섰다.

뉴욕 맨해튼에선 시민 수천명이 낙태권 폐지 판결을 주도한 보수성향 대법관들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낙태에 반대하며 이번 판결을 지지하는 시민 일부가 같은 장소에서 맞불 시위를 벌였으나 양자 간에 충돌은 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낙태권을 아예 주법으로 보장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낙태 금지가 추진될 다른 26개주 여성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보이려고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에선 연방대법원 인근 교량의 아치형 구조물 꼭대기에 낙태권 옹호 활동가가 올라가 ‘내 자궁을 짓밟지 마세요’란 글이 적힌 깃발을 설치하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주변 통행이 일시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낙태 제한·금지를 옹호하는 시민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환호성을 울렸다. 이 과정에서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 간에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이날 콜로라도주의 낙태권 옹호 비영리단체 지사 앞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이 한데 뒤섞여 시위를 벌이면서 긴장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낙태권 보장 여부를 놓고 서로 충돌해 경찰이 제압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입건된 참가자는 없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콜로라도주는 임신 기간과 무관하게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미국 7개주 가운데 하나다.

플로리다주에서는 한 낙태 클리닉 앞에서 낙태 반대 활동가 2명이 확성기를 들고 소란을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해 미국 내 낙태권 찬반 진영의 공방에 불을 붙였다.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보장을 확대해 온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폭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번 주말에도 전국적인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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