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억만장자 세금’ 무엇이길래…“거주지 변경만으로는 피할 수 없어”

트럼프 행정부 예산 삭감에 대안으로 제시
세금 부과 대상자는 200여 명 안팎 추산
주민투표 통과되면 1월1일 기준 소급징수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세금' 도입을 둘러써가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자료사진.
캘리포니아에서 이른바 ‘억만장자 세금’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방 정부의 의료 예산 삭감으로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주민이 의료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이자, 의료 노동자 노조가 초부유층에 대한 자산 과세를 해법으로 제시하면서다.

이번 제안의 중심에는 서비스노동자국제노동조합(SEIU) 산하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워커스 웨스트(UHW)가 있다.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의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로,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인 초부유층에게 5%의 자산세를 부과해 연간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주 의료 재정 공백을 메우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를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억만장자 세금이 등장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 예산 삭감이 있다. 이로 인해 메디케이드와 각종 공공 의료 프로그램이 위축되면서, 캘리포니아 내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노조 측은 부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수의 초부유층이 사회 안전망 유지를 위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제안된 세금 구조는 겉보기에는 단순하다. 2026년 1월 1일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주민이며, 2025년 말 기준 순자산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2027년 세금 신고 시 자산의 5%를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약 2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적용 과정은 복잡하다. 자산에는 현금과 주식, 비상장 기업 지분, 신탁 자산, 예술품과 요트 등 대부분의 금융·개인 자산이 포함되지만, 부동산은 기존 재산세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제외된다. 배우자 명의의 자산도 함께 합산되며, 연금과 은퇴 계좌는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개인 부채와 채무는 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비상장 기업과 스타트업 지분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크다. 장부가치와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한 평가 방식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나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안 측은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산정된 기업 가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억만장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일부 초부유층은 세금 회피를 위해 캘리포니아를 떠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실제로 자산을 다른 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무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산 이전만으로는 거주지 변경이 인정되기 어렵고, 생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미 새해를 넘긴 상황에서는 세금 적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과 기술 업계 지도자들은 억만장자 세금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의료 노동자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의료 접근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법적 쟁점 역시 남아 있다. 제안 측은 주 헌법 개정을 통해 세금을 도입하기 때문에 합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과될 경우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다른 주민발의안들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억만장자 세금은 단순한 증세 논의를 넘어, 캘리포니아가 의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는 11월 주민투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