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경기에도 지고 체면도 구겼다.
존슨은 26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 플레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국 교포 케빈 나(한국이름 나상욱)에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이 대회 챔피언인 존슨은 케빈 나의 일격에 4년 만의 정상 탈환 야망을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존슨은 또 케빈 나의 경기에서 매너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1번 홀(파3)에서 존슨은 3m 남짓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자 그대로 볼을 집어 들고 그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남은 파퍼트는 30㎝ 거리에 불과했기에 당연히 컨시드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다.
문제는 너무 빨리 볼을 집어 올리는 바람에 케빈 나가 컨시드를 준다는 의사를 표명할 틈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상대 선수가 컨시드를 주지도 않았는데 볼을 집어 올린 셈이었다.
케빈 나는 그린을 벗어나는 존슨에게 “내가 컨시드를 준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케빈 나의 쓴소리는 그린 옆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전파를 탔다.
존슨은 곧바로 케빈 나에게 사과하고 케빈 나는 경기위원에게 컨시드를 줬다고 확인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2019년 이 대회 8강전에서 벌어진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맷 쿠처가 벌인 컨시드 논란을 소환했다.
당시 가르시아는 7번 홀 2m 파퍼트가 빗나가자 곧바로 홀 10㎝ 거리에서 퍼터 헤드 뒷면으로 툭 친 보기 퍼트마저 들어가지 않았다. 당연히 컨시드를 주리라 예상하고 저지른 행동이었다. 그런데 쿠처는 경기위원을 불러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밝혀 가르시아는 결국 7번 홀을 잃었다.
상대에게 컨시드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가르시아의 행동도 문제였지만, 쿠처의 속 좁은 대처도 눈총을 받았다.
쿠처가 “컨시드를 주려고 했는데 가르시아가 먼저 볼을 쳐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자 경기위원이 “정 그렇다면 다음 홀을 양보하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줬지만, 쿠처는 끝내 양보하지 않았다.
당시와 달리 존슨과 케빈 나는 잠깐의 논란을 훈훈하게 봉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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