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정리해고・임금삭감에도 CEO 보수는 되레 높아져

팬데믹 적자 속 경영진 '돈잔치'
일반 노동자 임금 대비 320배 많아
"주주이익 극대화 위해 노동자 희생 관행"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임금삭감과 직원해고에도 CEO들의 보수는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이 속출하는 가운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는 기록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실태를 24일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12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고 직원 3만명을 정리해고한 보잉의 데이비드 캘훈 CEO는 보수로 2천110만달러를 받았다. ‘노르웨이지언 크루즈 라인'(NCL)은 지난해 40억달러 손실을 봤고 직원 5분의 1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그러나 프랭크 델 리오 CEO는 지난해 3천640만 달러를 받았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

일부 대기업 CEO는 전년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많은 보수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신업체 AT&T의 존 스탠키 CEO는 지난해 2천100만 달러를 받았다. 2019년(2천250만 달러)보다 조금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AT&T는 지난해 54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고 수천명을 정리해고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큰 액수라고 신문은 짚었다.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대기업 CEO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일반 노동자보다 32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8〜2019년 일반 노동자 임금은 14% 늘어난 반면, CEO 보수는 1천167% 증가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경영자와 노동자의 소득 불평등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 자본주의 이념이 미국에 뿌리를 내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라이시 전 장관은 “1980년대 기업사냥부터 노동자를 비롯해 모두를 배제하고 희생시키는 관행까지 미국이 주주 자본주의를 통째로 포용한 데 따른 논리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영자들의) 보수 꾸러미에는 치솟은 주가가 반영돼 있는데 이는 거꾸로 보면 집요하지는 않더라도 조금만 성가시면 가차 없이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의지가 최소한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달 ‘극부유층 과세법안'(Ultra-Millionaire Tax Act)을 발의했다. 워런 의원은 “CEO는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한다”면서 “극소수가 모든 보상을 누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뒤처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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