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18일 발표한 공동성명의 대북 정책 부분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없어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를 지칭하는 표현이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달리 북한의 핵무기는 물론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가 이번 방한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가 관심이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한 ‘2+2’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또는 ‘북한의 비핵화‘ 대신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이번 순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주로 사용해온 점에 비춰 한미가 공동성명에 어떤 표현을 넣을지 합의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한미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으며, 지난 16일 미일 2+2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도 “양국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념을 재확인했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공동성명에는 이번 협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을 문안으로 담았을 뿐 특정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기간이기 때문에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미국과 협의의 핵심이었다“며 “우리가 원했던 문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이라는 표현은 북한에 대한 일반화된 비핵화 용어이고 사실상 미국 행정부와 우리, 일본이 계속 써온 부분“이라며 “그런 부분이 반드시 들어가거나 말아야 한다는 것은 없고 제한된 분량에서 서로 합의하면서 쓴 문안“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무부는 지난달 12일 블링컨 장관과 정의용 장관 통화 내용을 소개한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블링컨 국무장관이 전날 한미외교장관회담에서 강한 어조로 비판한 북한인권도 성명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과 달리 한국이 북한인권을 대북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도 지난 2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인권 문제가 북한을 자극해 대화 재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문제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현 단계에서 당면한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증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성명에 인권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미국 측이 (인권 내용 포함을) 요구 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