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영주권자 미 입국과정서 체포…샌프란시스코 공항에 1주일 넘게 억류중

텍사스 A&M 대학교 박사과정 김태흥 씨
동생 결혼식 참석후 귀국하다 당국에 체포
김 씨, 5살 때 미국 이민와 영주권 취득
미 관세국경보호청 “추방절차 진행중” 성명

동생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오다 이민 당국에 체포된 김태흥씨(오른쪽).
한인 영주권자가 미국 입국과정에서 미 이민당국에 의해 공항에 억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9일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인 김태흥 씨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1주일 이상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크로니클은 이 사건이 최근 미국 내 이민자 단속 강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억류된 한인은 텍사스 텍사스 A&M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태흥 씨로 라임병 백신 개발을 연구 중이다. 김 씨는 지난 7월 21일 미국 입국과정에서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체포됐으며, 현재까지도 구금 상태에 있다. 그의 변호인인 크리스 갓섈-베넷 변호사는 김 씨가 5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살아온 영주권자라고 밝혔다.

김 씨에게 적용된 전과는 2011년 텍사스에서 발생한 경범죄 수준의 마리화나 소지 혐의다. 갓셸-베넷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김 씨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소지량이 28.5g 미만인 경우 경범죄로 분류되며, 일반적으로는 이민법상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화요일 성명을 통해 김 씨가 현재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구금 하에 있으며,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 측 변호인들은 구체적인 억류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으며, 김 씨와의 직접 접촉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갓셸-베넷 변호사는 “최근 공항에서 장시간 억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공항 시설은 장기 구금에 적합하지 않으며, 억류자들은 기본적인 위생조차 지킬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속옷도 갈아입을 수 없는 비인도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의 동생은 한국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형과 잠시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변호인인 에릭 리 씨는 SNS를 통해 “김 씨는 창문도 없는 공항 구금 공간에서 의자에서 자고, 변호사 접견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민자와 과학자에 대한 잔혹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윌을 석방하라!(Free Will)”라는 문구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김 씨의 억류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루 3,000명 체포를 공언한 바 있으며, 이민 옹호 단체들은 이 정책이 ‘범죄자’에 국한되지 않고, 오랜 기간 미국에 정착해 있던 이민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베이 지역에서는 최근 ICE 단속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민법원 출석이나 정기적인 ICE 점검을 위해 나타난 사람들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정부 측 변호인이 사건 기각을 요청한 뒤,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자마자 ICE가 즉시 체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민 변호사들은 전했다.

ICE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북가주 지역에서의 체포 건수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 대비 약 70% 증가했다. 특히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보다, 단순 이민법 위반 혐의나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인 사람들에 대한 체포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 지역에서만 최소 30명이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갓셸-베넷 변호사는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추방할 명분만 찾으면, 당국은 그 사람이 미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추방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리화나 단순 소지로 누구든 곤경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민법 전문가 캐서린 자이츠 변호사는 “김 씨 사례에서 특히 놀라운 것은 장기간 억류된 점”이라며 “보통은 구두 경고 후 추후 점검 일정을 잡는 수준에 그친다. 현 행정부는 확실히 이전보다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구금 조치도 훨씬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김태흥 씨 억류 사태는 불법체류자들이 많은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민자 단속 강화가 비단 이들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까지도 미 이민당국이 광범위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왕래하는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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