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거목, 독보적 존재감으로 세대를 사로잡은 다이앤 키튼 별세

‘애니 홀’의 전설, 삶과 스타일로 남은 불멸의 아이콘

79세의 일기로 별세한 배우 다이앤 키튼. 자료사진.
할리우드의 전설이자 독보적 개성으로 사랑받아온 배우 다이앤 키튼이 지난 11일 향년 79세로 별세했다고 AP가 12일 전했다. 가족은 캘리포니아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이앤이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식 외의 자세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부고에 영화계는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놀라움과 재능의 사람, 다이앤은 창조성 그 자체였다”고 추모했고, 배우 베트 미들러는 “그녀는 완전한 오리지널이었다”고 기억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독보적이며 유머와 진정성을 겸비한 존재”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키튼은 ‘애니 홀’의 “라디-다”라는 대사와 보울러 햇, 조끼, 넥타이로 상징되는 스타일, ‘대부’ 시리즈에서 보여준 케이 아담스의 고뇌까지, 수많은 상징적 장면을 남기며 영화사를 장식했다. 우디 앨런과의 협업을 통해 1970년대 ‘슬리퍼’, ‘러브 앤 데스’, ‘맨해튼’ 등에서 자신만의 리듬과 유머를 구축했고, ‘미스터 굿바이’ 같은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애니 홀’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고, 이후 ‘레즈’, ‘마빈스 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로 세 차례 추가 후보에 올랐다.

1980년대 이후에도 그녀의 커리어는 멈추지 않았다. 낸시 마이어스와의 협업으로 ‘베이비 붐’, ‘사랑과 영혼’ 리메이크 ‘아빠는 딸을 사랑해’, 그리고 중년 로맨틱 코미디의 정점을 찍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까지, 세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에서의 해변가 주택과 아이보리 컬러 가운은 이른바 ‘코스탈 그랜마’ 패션을 유행시켰다.

2000년대에도 ‘패밀리 스톤’, ‘모닝 글로리’, ‘북 클럽’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으며, 회고록과 인테리어, 예술 관련 저서를 냈다. 2017년 AFI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며 “이건 내가 피한 모든 인생의 의식-결혼식, 은퇴식, 파티를 대신하는 순간”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022년 TCL 차이니즈 극장 앞에 손발 도장을 남기며 “나는 다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담담히 남겼다.

다이앤 키튼은 스스로를 전설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연기, 스타일, 태도는 이미 한 세대의 감수성과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됐다. “이건 뭔가네요”라며 수상 소감을 남긴 그 한마디처럼, 그녀는 평생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남았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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