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이종섭 호주대사, 11일만에 귀국

싱가포르 경유해 입국…‘방산협력 6개국 공관장회의’ 참석 이유
한-호주 2+2 회담 준비도 언급…4월 총선때까지 국내 머물듯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한국시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이동하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내주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한국시간) 귀국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도 말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의 연이은 추가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주요 방산 협력 대상인 이들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정세와 시장 현황, 수출 수주 여건, 정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 세계 공관장이 모두 모이는 연례 재외공관장회의가 어차피 다음 달 말 1주일 간 열리기 때문에 당초 이 대사도 이를 계기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후 그다음 주에는 “한·호주 간에 계획되어 있는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두 가지 업무가 전부 다 호주 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다. 그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사는 내달 10일 총선 무렵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호주는 차기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를 조만간 호주에서 열기 위해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의 준비를 위해 해당국 주재 대사가 한국에 귀국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현지에서 주재국 정부와 조율할 일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사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그를 언제 조사할지도 관심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공수처가 그를 먼저 소환하는 것이 우선이며 소환에는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이날 이 대사의 입국 발언도 비슷한 취지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집결해 이 대사 도착을 기다리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은 ‘피의자 이종섭 즉각해임! 즉각수사!’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사 임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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