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속을 지나는 삶
– 강말희
그대는 고요속에 홀로 왔으며
홀로 고요속을 지나갈 것입니다
고독의 잔을 예비하십시오
삶이 쓰고 단 포도주로 채워지거든
두 손으로 그대의 잔을 감싸 쥐십시오
바위와 같이 찬 고독이
그대의 가슴속 안에 자리잡고 있다 해도
잔잔한 물결 속에 품으십시오
외로움이 분수처럼 솟는다 해도
수면처럼 가만히 떠 있으십시오
그대의 일상이 그저 흘러내려
영혼이 빈 항아리처럼 어두울지라도
쉼 없이 생명을 길어 부으십시오
그리고 또 하루의 잔칫상에서
기쁨의 잔도 슬픔의 잔도 홀로 드십시오
*시와 함께 게재되는 사진은 강말희 시인이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