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기업 돈 처음 받았다…공탁금 6천만원 수령 “사실상 배상 의미”

작년 대법원 최종 승소 이어 히타치조센 공탁금 출급절차 완료

지난달 25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군수기업 후지코시 상대 손배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김정주(앞줄 왼쪽부터),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와 유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해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토대로 일본 기업이 공탁한 돈을 배상금으로 20일(한국시간) 수령했다. 일본 기업의 자금을 받은 첫 사례다.

히타치조센 피해자 이모씨 측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회사 측이 담보 성격으로 공탁한 6천만원을 출급했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 5천만원과 지연이자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절차를 거쳐 히타치조센이 국내 법원에 공탁한 돈을 확보한 것이다.

앞서 히타치조센은 서울고법이 대법원과 같은 취지의 선고를 한 2019년 1월 배상금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그 담보 성격으로 6천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는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돈을 낸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이후 이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공탁금에 대한 압류추심명령 결정을 받은 데 이어 이달 6일 서울고법의 담보취소 결정까지 받아냈다.

통상 민사소송에서 담보취소 신청은 담보를 제공한 쪽에서 하지만, 이씨 측은 담보물에 대한 압류추심권을 인정받아 히타치조센의 법적 지위를 대신(대위)해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이 담보취소 결정을 내리려면 담보 사유가 소멸했거나 담보권리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이씨 측은 하타차조센을 대위해 담보취소를 신청하며 “담보권리자(원고인 이씨 자신)의 동의를 받았다”는 사유를 들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이씨 측이 법원에 공탁금 출급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이를 인용하면서 실제 수령이 이뤄졌다.

이씨 측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헤아림 이민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부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의 담보취소 결정이 확정된 이상 히타치조센 측이 불복할 수단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탁금으로 변제되는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인 4천만여원에 대해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제안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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