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3명, ‘제3자 변제 불허’ 의사 공식전달

내용증명 보내고 강제동원재단 방문도…"이제부터가 시작"

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원고 법률대리인단이 13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문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에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 일본제철 소송 지원단체 및 대리인은 제3자 변제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13일 오전(한국시간) 방문해 이런 뜻을 담은 문서를 전달했다.

제3자 변제 거부를 공식화한 원고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다. 이들의 대리인은 이미 지난 10일 제3자 변제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재단에 발송했으며, 이날 방문을 통해 인편으로도 거듭 문서를 전달했다.

내용증명에는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건의 경우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이들의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수신인은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두 할머니의 채권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와 직결된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제3자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변제하여 소멸시켜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춘식 할아버지 소송 대리인도 같은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 할아버지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문서 전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인 방식의 문서로서 전달하고 그 의사 표시의 도달을 증거로서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온 이유는 내용증명이라는 방식의 증거를 확보하고, 뿐만 아니라 인편으로의 전달을 통해 중복적 증거를 확보해 보다 철저하게 법률적인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에도 제3자 변제를 불허한다는 의사를 국제우편으로 발송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해서도 문서 발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을 해온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일본이 채무 자체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기업에 전달할 것인지 여부는 조금 더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 3건의 강제징용 피해자 총 15명(원고 기준 14명)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가지고 지급한다는 해법을 지난 6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 15명 가운데 생존 피해자 3명 모두가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이 해법을 가지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에는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민법 제469조 제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지만,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에는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확실하게 제3자 변제를 반대하는 세 분에 대해서 의사표시를 먼저 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 표시가 추후 더 확실해지는 분들이 있으면 당연히 추가 의사표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분들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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