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 고전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적 여정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으로 빛난 ‘젊은 거장’ 조성진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무대에 섰다. 조성진은 22일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심포니홀에서 열린 오케스트럴 시리즈 공연에서 핀란드 출신 욘 스토르예르즈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관객들과 만났다. 욘 스토르예르즈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데뷔 무대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순서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2023년 작곡된 동시대 작품, 핀란드 작곡가 아우티 타르키아이넨의 ‘삶의 급류(The Rapids of Life)’였다. 이어 20세기 초반 소비에트 시대의 감각을 담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뒤를 이었고, 마지막은 고전 레퍼토리의 상징과도 같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장식했다. 현대에서 근대, 그리고 고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은 세 작품의 음악 언어가 어떻게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지, 또 그 차이가 한 무대에서 어떻게 대비와 연결을 만들어내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조성진은 2년 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데뷔를 치른 데 이어, 지난해 라벨 리사이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는 쇼스타코비치라는 또 다른 거장의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베토벤, 라벨,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 그의 레퍼토리는 조성진이 고전과 근대를 넘어 20세기 음악까지 자신만의 언어로 확장해 가고 있음을 샌프란시스코의 음악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날 공연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순서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2023년 작곡된 동시대 작품, 핀란드 작곡가 아우티 타르키아이넨의 ‘삶의 급류(The Rapids of Life)’였다. 이어 20세기 초반 소비에트 시대의 감각을 담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뒤를 이었고, 마지막은 고전 레퍼토리의 상징과도 같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장식했다. 현대에서 근대, 그리고 고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은 세 작품의 음악 언어가 어떻게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지, 또 그 차이가 한 무대에서 어떻게 대비와 연결을 만들어내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조성진은 2년 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데뷔를 치른 데 이어, 지난해 라벨 리사이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는 쇼스타코비치라는 또 다른 거장의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베토벤, 라벨,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 그의 레퍼토리는 조성진이 고전과 근대를 넘어 20세기 음악까지 자신만의 언어로 확장해 가고 있음을 샌프란시스코의 음악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공연의 문을 연 ‘삶의 급류’는 오케스트라로 ‘출산’이라는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보기 드문 작품이다. 음악평론가 알리시아 마스트로모나코는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출산을 주제로 한 ‘최초’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곡은 약 10분 분량의 짧은 곡이지만, 목관 3관 편성, 대규모 타악기, 하프 2대와 첼레스타까지 동원해 출산의 수축과 이완, 긴장과 휴식이 반복되는 생리적 과정을 파도처럼 쌓아 올린다. 무대에 오른 작곡가 아우티 타르키아이넨은 이 곡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가 넘어야 했던 삶의 급류”인 출산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음악 역시 반복적으로 고조됐다가 이완되는 흐름 속에서 결국 출산이라는 하나의 절정으로 밀고 나가는 음악적 구조를 보여줬다.
연주 말미에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의 첫 마디가 금관에 인용돼 핀란드 음악 전통과의 대화도 분명히 했다. 작곡가는 또한 이 곡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2023년 세상을 떠난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Kaija Saariaho)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라 밝혔고, 도입부의 첼로 솔로를 사리아호의 첼로 협주곡에서 인용하며 경의를 표했다.
지난 2023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위촉으로 탄생한 이 곡은 이날 미국에서 초연됐으며,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연주하는 핀란드 작곡가의 곡은 핀란드 현대 클래식 음악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곡은 약 10분 분량의 짧은 곡이지만, 목관 3관 편성, 대규모 타악기, 하프 2대와 첼레스타까지 동원해 출산의 수축과 이완, 긴장과 휴식이 반복되는 생리적 과정을 파도처럼 쌓아 올린다. 무대에 오른 작곡가 아우티 타르키아이넨은 이 곡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가 넘어야 했던 삶의 급류”인 출산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음악 역시 반복적으로 고조됐다가 이완되는 흐름 속에서 결국 출산이라는 하나의 절정으로 밀고 나가는 음악적 구조를 보여줬다.
연주 말미에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의 첫 마디가 금관에 인용돼 핀란드 음악 전통과의 대화도 분명히 했다. 작곡가는 또한 이 곡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2023년 세상을 떠난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Kaija Saariaho)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라 밝혔고, 도입부의 첼로 솔로를 사리아호의 첼로 협주곡에서 인용하며 경의를 표했다.
지난 2023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위촉으로 탄생한 이 곡은 이날 미국에서 초연됐으며,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연주하는 핀란드 작곡가의 곡은 핀란드 현대 클래식 음악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무대는 조성진이 협연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1933년 작곡된 이 작품은 젊은 쇼스타코비치의 재치와 실험정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시대에 대한 미묘한 불안과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협주곡의 제목은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트럼펫이 사실상 제2의 솔리스트처럼 활약하는 이중 협주곡적 성격을 지닌다. 작품이 원래 트럼펫 협주곡으로 구상되었다가 피아노와 트럼펫을 함께 세우는 형태로 발전했다는 설명은 이 곡을 듣는 방식을 바꿔 놓는다. 피아노와 트럼펫은 멜로디를 주고받고, 때로는 서로를 조롱하듯 흉내 내며, 때로는 경쟁하듯 내달린다. 이번 공연에서 그 트럼펫 파트를 맡은 이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석 트럼펫 마크 이노우예였다.
조성진의 연주는 이 작품이 가진 ‘장난기’만이 아니라 그 장난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구조와 긴장까지도 드러냈다. 1악장에서 그는 날렵하고 선명한 터치로 곡의 풍자적 성격을 분명히 했고, 빠른 패시지에서도 리듬의 탄력과 대사의 흐름을 잃지 않았다. 1악장에는 베토벤 ‘열정(Appassionata)’ 소나타의 인용이 등장하는데 베토벤 5번의 동기가 그 소나타 안에 스며 있다는 점까지 떠올리면, 이날 공연의 마지막에 베토벤 5번이 놓인 이유가 음악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악장에서는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서늘한 서정이 전면에 드러났다. 조성진은 과도한 감정 표현 없이 소리를 절제하며 음 하나하나에 긴 호흡을 부여했다. 느린 왈츠의 흐름 속에서도 곧 더 빠른 구간이 스며들고, 트럼펫은 뮤트로 낮은 음역까지 내려가 흔치 않은 색을 더한다. 그 순간, 웃음과 풍자 뒤편에 숨은 고독이 객석까지 조용히 번져 나왔다.
조성진의 연주는 이 작품이 가진 ‘장난기’만이 아니라 그 장난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구조와 긴장까지도 드러냈다. 1악장에서 그는 날렵하고 선명한 터치로 곡의 풍자적 성격을 분명히 했고, 빠른 패시지에서도 리듬의 탄력과 대사의 흐름을 잃지 않았다. 1악장에는 베토벤 ‘열정(Appassionata)’ 소나타의 인용이 등장하는데 베토벤 5번의 동기가 그 소나타 안에 스며 있다는 점까지 떠올리면, 이날 공연의 마지막에 베토벤 5번이 놓인 이유가 음악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악장에서는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서늘한 서정이 전면에 드러났다. 조성진은 과도한 감정 표현 없이 소리를 절제하며 음 하나하나에 긴 호흡을 부여했다. 느린 왈츠의 흐름 속에서도 곧 더 빠른 구간이 스며들고, 트럼펫은 뮤트로 낮은 음역까지 내려가 흔치 않은 색을 더한다. 그 순간, 웃음과 풍자 뒤편에 숨은 고독이 객석까지 조용히 번져 나왔다.
3악장은 짧지만 중요한 연결 구간이다. 조성진은 리듬의 탄력을 살리되 피상적으로 흘려보내지 않았고, 꿈결 같은 끝자락이 쉬지 않고 4악장으로 넘어가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지점을 매끄럽게 붙잡았다. 4악장은 인용과 패러디가 폭발하는 피날레다. 로시니, 민요, 대중가요, 하이든, 그리고 다시 베토벤까지 수많은 음악이 스쳐 지나가지만, 조성진은 이를 산만하게 흩뜨리지 않고 하나의 문장처럼 정리해냈다. 특히 C장조 화음이 집요하게 반복되며 끝을 향해 몰아가는 구간에서 그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차갑게 정밀한 타건으로 ‘과도하게 밝은’ 이 악장의 아이러니를 강조했다.
조성진의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세 차례가 넘는 커튼콜이 이어졌다. 관객들의 환호에 무대에 다시 선 조성진은 트럼펫 주자 마크 이노우예와 함께 레너드 번스타인의 ‘라이피를 위한 론도(Rondo for Lifey)’를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앵콜곡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10분 가까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젊은 거장의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다만 이번 연주에서는 유일한 관악기인 트럼펫이 무대 뒤편에 배치되며 피아노와 트럼펫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대화의 긴장감이 다소 약화돼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설명했듯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이 ‘피아노, 트럼펫, 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Piano, Trumpet and String Orchestra)’으로 피아노와 트럼펫의 이중 협주곡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보통은 피아노와 함께 무대 앞부분에 트럼펫 연주자가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고, 이는 이 곡을 감상하는 내내 묘한 불편함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앵콜곡에서 이노우예가 피아노 옆에 서서 조성진과 직접 호흡을 맞추며 연주했을 때 비로소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대화’의 밀도가 살아났다는 점은, 본 연주에서의 무대 배치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게 했다.
조성진의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세 차례가 넘는 커튼콜이 이어졌다. 관객들의 환호에 무대에 다시 선 조성진은 트럼펫 주자 마크 이노우예와 함께 레너드 번스타인의 ‘라이피를 위한 론도(Rondo for Lifey)’를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앵콜곡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10분 가까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젊은 거장의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다만 이번 연주에서는 유일한 관악기인 트럼펫이 무대 뒤편에 배치되며 피아노와 트럼펫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대화의 긴장감이 다소 약화돼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설명했듯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이 ‘피아노, 트럼펫, 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Piano, Trumpet and String Orchestra)’으로 피아노와 트럼펫의 이중 협주곡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보통은 피아노와 함께 무대 앞부분에 트럼펫 연주자가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고, 이는 이 곡을 감상하는 내내 묘한 불편함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앵콜곡에서 이노우예가 피아노 옆에 서서 조성진과 직접 호흡을 맞추며 연주했을 때 비로소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대화’의 밀도가 살아났다는 점은, 본 연주에서의 무대 배치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게 했다.
이날 공연 마지막으로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이날 공연의 종착지이지만, 쇼스타코비치를 비롯한 후대 작곡가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출발점처럼 들렸다. 누구나 알고 있는 네 개의 음으로 시작해 점차 거대한 서사로 확장해 나가고,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트롬본의 도입부와 쉬지 않고 이어지는 3악장에서 4악장의 구성은 왜 이 곡이 ‘운명’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특히 C단조에서 C장조로 나아가는 조성적 여정은 후대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앞서 무대에서 연주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이 C단조에서 출발해 C장조로 끝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나아가 베토벤의 C장조가 어둠을 뚫는 해방의 서사를 완성하는 ‘환희’라면, 쇼스타코비치의 C장조는 밝음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종결하며 같은 구조가 전혀 다른 시대정신으로 변주되는 방식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두 작곡가가 같은 구조 속에서도 전혀 다른 시대정신과 음악적 철학을 구현했음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런 구조적 동일성은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의 피날레 부분에서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머릿속에 다시 겹쳐지며 더 짙은 공연의 여운을 남겼다. 이 여운은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한동안 이어졌고,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젊은 거장’ 조성진이 앞으로 또 어떤 시대와 음악을 연결해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많은 연주자와 음악의 거장들의 무대는 항상 감동을 남기지만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부정할 수 없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 진다.
한편 조성진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과 24일 같은 프로그램으로 데이비스 심포니홀에서 두 차례 더 공연을 한다.
특히 C단조에서 C장조로 나아가는 조성적 여정은 후대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앞서 무대에서 연주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이 C단조에서 출발해 C장조로 끝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나아가 베토벤의 C장조가 어둠을 뚫는 해방의 서사를 완성하는 ‘환희’라면, 쇼스타코비치의 C장조는 밝음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종결하며 같은 구조가 전혀 다른 시대정신으로 변주되는 방식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두 작곡가가 같은 구조 속에서도 전혀 다른 시대정신과 음악적 철학을 구현했음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런 구조적 동일성은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의 피날레 부분에서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머릿속에 다시 겹쳐지며 더 짙은 공연의 여운을 남겼다. 이 여운은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한동안 이어졌고,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젊은 거장’ 조성진이 앞으로 또 어떤 시대와 음악을 연결해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많은 연주자와 음악의 거장들의 무대는 항상 감동을 남기지만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부정할 수 없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 진다.
한편 조성진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과 24일 같은 프로그램으로 데이비스 심포니홀에서 두 차례 더 공연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