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휩쓴 폭우 “역대급 재앙”…버몬트주, 하루 9인치 넘는 폭우 속 117명 구조

바이든, NATO 참석 중 비상사태 선포
동북부 지나 캐나다 퀘벡도 홍수 예보

버몬트주 몬트필리어시가 폭우로 물에 잠긴 모습. 사진 NBC뉴스 캡처.
미국 동북부를 휩쓴 폭우로 버몬트주에서 역대급 홍수가 발생했다. 11일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만 하루를 갓 넘는 동안 버몬트 일대에서는 8인치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도로 곳곳이 허리 높이까지 잠겼다.

버몬트주 플리머스에서는 9인치가 넘는 비가 쏟아져 지난 2011년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아이린(강수량 11인치)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주도인 몬트필리어는 이날 정오까지 발령한 도심 통행금지를 오후 3시까지 3시간 연장했다. 물바다로 변한 도심에서 시민들이 카누를 타고 이동하거나 대피하는 장면에 목격됐으나, 오후 들어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몬트 전역에서 물에 잠긴 집과 차량으로부터 최소 117명을 구조했다고 주 당국은 밝혔다. 소방 당국은 보트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산악 지역 등에서 구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필 스콧 버몬트주지사는 “버몬트 전역에서 겪고 있는 대대적인 파괴와 홍수는 역대급이고 재앙적”이라고 말했다.

몬트필리어를 지나는 위누스키강 수위는 2011년 아이린 때보다도 11.8인치가 높아졌고, 이 도시 북쪽에 위치한 라이츠빌댐은 저수 용량을 거의 다 채워 물을 방류할 뻔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버몬트주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복구 및 구호 작업을 도울 것을 지시했다.

버몬트뿐 아니라 뉴잉글랜드 서부와 뉴욕·뉴저지주 일부에서도 지난 10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국지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저녁 뉴욕주 허드슨밸리 자택에서 대피하려던 30대 여성이 홍수에 휩쓸려 사망했고, 도로와 철도 침수로 교통이 마비된 지역도 많았다.

뉴욕주 중남부에서 뉴욕시까지 운행하는 통근열차 메트로노스는 아직도 1개 노선이 홍수 여파로 시간당 1편만 운행 중이고, 암트랙 열차 올버니∼뉴욕시 구간은 여전히 멈춘 상태다.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번 비로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이 사흘간 2천700편이 넘는다. 미 동북부 전체에서 폭우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30억∼5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민간 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는 밝혔다.

비구름은 미 동북부를 넘어 캐나다 퀘벡주로 향하고 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전했다. 캐나다 기상청은 퀘벡시티를 비롯한 퀘벡 일부 지역에 이날 최대 5.1인치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홍수 피해가 우려되지만, 역대 최악의 산불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도움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퀘벡주의 산불예방 비영리단체인 SOPFEU의 스테판 카론 대변인은 NYT에 “이번 폭우가 일부 대형 산불의 강도를 약화할 것”이라며 “연기도 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 연기가 줄어들면 시정거리가 개선돼 소방용 항공기를 띄울 수 있다고 카론 대변인은 전했다.

현재 캐나다 전역에서는 862개 산불이 타올라 퀘벡·앨버타·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중심으로 2천290만 에이커를 태웠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소방관들도 파견돼 산불 진화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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