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는 미국에서 비극이 또 되풀이됐다. AP통신에 따르면 9일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세살배기 남자 형제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아기는 총을 복부에 맞아 중상을 입은 뒤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전 11시께 끝내 숨졌다.
휴스턴경찰서는 아이를 병원으로 옮길 때 가족이 탔던 차량에서 총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웬디 바임브리지 휴스턴경찰서 부경찰서장은 “부모와 보호자에게 가족 구성원 모두 총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면서 총기 안전장치를 반드시 잠가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텍사스주 브라이언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 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최북단 도시 록힐에서는 전 NFL ‘49ers’ 선수 필립 애덤스가 총격을 가해 아이 둘을 포함해 5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졌다. 엿새 뒤 콜로라도주 볼더에 있는 한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희생됐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들어 3개월여 동안 총기 관련 사건·사고로 숨진 미국인은 총 1만1천661명에 달한다. 총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날 총기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총격사건을 ‘유행병‘으로 규정했으며, 소비자가 부품을 구매해 직접 제작한 ‘유령총‘을 엄격히 단속하고 각 주가 위험인물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적기법‘(Red Flag Law)을 쉽게 제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을 비롯해 미국인 상당수가 총기규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까닭에 급진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를 위해 규율을 갖춘 민병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이 제정된 18세기 말에는 총기소지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이 지금과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연방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이 독재자로 돌변할 우려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주 정부 민병대에 무기가 있어야 하고 부실한 치안 속에 무법자를 대비해 개개인이 무장하는 게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