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도이치’ 모두 무혐의…특검 도입 논란 재점화

코바나·공흥지구 의혹 이어 불기소 처분…논란 이어질 듯
야권, 의혹 망라한 특검법 재발의…'윤-한 갈등' 정국 뇌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간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잇달았던 만큼 검찰의 결론으로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청탁금지법상 처벌 규정 자체가 없었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달리 도이치 사건의 경우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미 관련자들도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이어서 결국 ‘봐주기 수사였다’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되는 공천개입 의혹 수사 등이 남아 있어 김 여사 사법 리스크의 불씨 역시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앞서 같은 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 역시 지난 2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똑같이 처분한 바 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력이 투입된 두 사건에 대해 보름 사이에 연달아 사법적 족쇄가 풀어진 셈이다.

하지만 법적 결론과 별개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명품가방 수수 사건의 경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뚜렷함에도 법리적으로 처벌할 요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의혹 역시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됐음에도 주범 격인 권오수 회장에게 이용됐을 뿐이라는 것이 수사 결론의 요지다.

이런 결론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여전히 명품가방 수수 사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 사건 등 김 여사가 연루된 고발 사건들이 접수돼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월 조국혁신당이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알선수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2부(송창진 부장검사)에 배당해 살피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공수처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더라도 새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검찰에서 각하 처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최근 새롭게 부상한 공천개입 의혹이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데다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명태균 씨의 폭로성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어 사건의 향방을 짐작하기 어렵다.

공천개입 의혹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윤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인 명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데 관여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명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이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고, 김 전 의원이 “명씨가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도왔다고 얘기하고 김 여사에게 칭찬받았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하는 보도가 나오며 의혹이 확산했다.

지난 15일에는 명씨가 대선 경선 당시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사건은 수사 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창원지검도 김 전 의원이 2022년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명씨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9천여만원을 명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2020년부터 검찰과 경찰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부정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 가족이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의 경우 경기남부경찰청이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를 불송치 결정했다. 이어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차례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야권은 거듭되는 무혐의 처분에 의문을 표시하며 거듭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김 여사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두 차례 국회 재표결 절차를 거쳐 폐기됐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앞선 의혹들을 모두 포함하는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당내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잇단 불기소 처분을 ‘헌정농단’이라고 칭하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김건희 범죄 은폐공범 전원을 탄핵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여사 리스크에서 비롯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 양상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 “제기되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김 여사를 향한 요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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