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SF시청 앞서 시위여는 미얀마인들 “민주주의를 지켜주세요” 절박한 외침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
한인들의 관심과 지원 당부

샌프란시스코 시청앞에서 미얀마계 주민들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세요.” 매주 토요일 샌프란시스코 시청앞에는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미얀마계 주민들이 모여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 2월 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집회가 열리고 있다. 22일에도 시청앞에는 미얀마계 주민들이 모여 “군부는 물러가라”, “민주주의를 지키자” 등 구호를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이날 집회는 ‘샌프란시스코 자유 버마 행동위원회’(FBACSF, Free Burma Action Committee San Francisco)가 주최했다. 버마에는 인구가 가장 많은 버마족을 비롯해 모두 8개 부족이 있다. 이 중 버마족이 주도가 돼 이날 집회를 개최한 것.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대회에서 부모와 함께 참여한 어린이들이 시민불복종운동을 지지하는 그림과 깃발을 들고 있다.
FBACSF를 이끄는 퓨 퓨 량(Phyu Phyu Hlaing)씨는 “미얀마는 지난해 열린 선거를 통해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승리했고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미얀마에서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군부에 반기를 들고 싸우고 있지만 무기를 장악하고 있는 군부에 의해 너무나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자비한 군부의 만행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량씨는 이어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고 FBACSF 등 베이 지역 미얀마계 주민들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유 버머 행동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퓨 퓨 량씨가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량씨의 설명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CDM에 참여할 경우 군부의 탄압으로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이곳 저곳을 떠도는 도피생활을 해야한다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보내는 등 재정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모금활동을 통해 약 5만 달러를 미얀마에 보냈다고 량씨는 밝혔다.

그녀는 한국 미디어라는 소개에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인들의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뉴스에서 봤다며 광주에서 주민들이 미얀마 유학생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주는 등 따듯한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유 버마 행동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퓨 퓨 량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곤 출신으로 스탠포드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미 미 칸트(Me Me Khant)씨는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 군부를 우리는 절대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우리의 저항이 계속되고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준다면 군부도 결국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트씨는 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도 80년대 군부에 의한 시민 학살이 자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공감대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미얀마의 저항 운동을 지지해 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고맙고 큰 힘이 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미 미 칸트씨가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FBACSF는 다음주에는 엠바카데로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버마족 뿐만 아니라 7개 부족이 모두 함께 모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량씨는 설명했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집회 일정과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FBACSF)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퓨 퓨 량씨는 “한국인들이 군부의 학살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만큼 미얀마도 군부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앞에서 미얀마계 주민들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같은 장소에서 먼저 집회를 열었던 팔레스타인계 주민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뒤 미얀마 집회에 참여해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함께 하며 힘을 북돋아 줬다.


최정현 기자
choi@baynewslab.com

샌프란시스코 시청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에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미얀마 인들에게 지지를 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한 주민이 미얀마 쿠데타 규탄 집회에 참석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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