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6조100억 달러 슈퍼예산안 제출…인프라·중산층 강화 초점

취임 후 첫 예산안…"낙수경제 없다"
증세 통한 복지 강화로 소득불평등 완화

조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2022회계연도용으로 6조100억 달러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취임 후 처음 내놓은 예산안은 중국에 맞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중산층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부유층 및 기업에 대한 증세로 소득불평등 완화를 꾀하는 셈인데 공화당과의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2022회계연도에 6조100억달러의 지출을 예상하는 1천700여쪽 분량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내놓은 첫 예산안이다.

기존에 제시했던 2조2천5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과 1조8천억 달러 복지 계획 등이 반영됐으며 국방·교육 등의 분야에 쓰이는 1조5천억 달러 규모 재량지출도 포함됐다. 대통령의 예산안에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반영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와 사회안전망 확대, 소득불평등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을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경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우리 경제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와 중간으로부터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예산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번영은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건사하고 세금을 내고 나라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이들에게서 온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규모 수준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방정부의 규모와 범위를 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을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중산층에 대한 투자의 재원은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에서 나온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계획으로 향후 10년 간 3조6천억 달러의 조세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은 성장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NYT도 “부유층과 기업의 소득과 부를 재분배함으로써 중산층을 키운다는 것”이라면서 “2025년이면 법인세에 따른 세수가 2020년의 갑절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트럼프 예산안과 대조
'재정적자 눈덩이·증세 반대'
공화와 협상 험로 예고

문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재정적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예산안에 따르면 연방지출이 2031년 8조2천억 달러까지 늘어나며 연간 재정적자는 향후 10년간 1조3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화당이 우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어젠다를 위해 향후 10년간 수조달러를 빌려야 하며 국가부채가 기록적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예산안의 메시지는 ‘금리가 싸니 지금 돈을 쓰자. 적자는 나중에 메우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안과도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를 바탕으로 사회복지·기후변화 분야 대폭 삭감 등에 초점을 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상당 부분 반대로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예산안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5%로, 내년 4.3%로 전망하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내년말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여당은 1938년 이래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든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야당에 내줬다.

공화당과의 협상은 험로가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 등 이미 의회 내 협상이 시작된 사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은 규모가 너무 크고 특히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협상이 제때 타결되지 못하면 연방정부 부분 업무정지(셧다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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