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하원에서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 부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민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른바 ‘드리머‘로 불리는 불법 체류 어린이와 농장 노동자를 추방하지 않고 일정 자격을 갖추면 시민권을 획득하도록 하는 2개 법안으로 각각 찬성 228·반대 197표, 찬성 247·반대 174표로 통과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 체류자도 추방당하지 않고 거주와 취업, 군 복무, 학업 등이 가능하며 결국 정해진 요건을 갖춘 경우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다.
법안은 또 내전이나 자연재해를 당한 국가에서 입국해 헤어진 이민자 가족들을 돕고 임시 체류도 가능하게 된다.
두 법안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되는 어린 이민자들은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와 같은 중남미의 저개발 국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 경우가 많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대부분 미국에서 생활하며 미국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또 미국에 수십 년간 머물며 일해 온 불법 체류자도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좌절됐다. 민주당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나도 16살에 혼자 미국으로 온 이민자 출신“이라며 “이민을 범죄시하는 위선을 멈추자“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두 법안 모두 찬성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 구상이 더욱 폭넓게 반영돼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근본적인 이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불법 체류자 1천100만명이 시민권을 얻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의회가 이민 제도 전반의 장기적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협력하기를 바란다“라며 “이를 통해 안전하고 인도적인 이민 제도를 만들고, 불법 체류자가 합법적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측은 이민법 개정에 앞서 국경 지대의 보안 강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반대해 왔다. 공화당 칩 로이 하원의원은 “국경 주변에 있는 범죄 조직은 해결하지 않고 있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어린이의 불법 이민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한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다카) 제도를 폐지했다. 특히 하원에서 이민법 개정안 통과 시 공화당에서는 8명만 찬성한 데다 상원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최종 통과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국경 보안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혹평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50석을 차지하고 있어 의석 분포상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