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가, AI인가’…CNN, 한국 가상 인플루언서 열풍 조명

디지털 문화 발전과 함께 급성장
"'외모지상주의 조장 지적도"

가상 인간 로지. 굿네이버스 제공.
“당신은 정말 사람인가요?”, “당신은 AI(인공지능)입니까, 아니면 로봇입니까?”

13만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SNS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계정에 달린 댓글이다. 언제나 흠잡을 곳 없는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을 입고 전 세계 유명 관광지를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는 이 인플루언서는 다름 아닌 ‘가상인간’ 로지다.

CNN은 지난달 31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가상인간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의 명암을 조명했다. ‘영원히 늙지 않는 22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2020년 탄생시킨 가상인간이다.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을 활용한 가상인간이 등장한 건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기술 고도화와 함께 이제는 문화산업 전 분야에서 가상과 실제를 혼동하게 할 정도로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로지 외에도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7만8천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또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도 있다.

CNN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비단 팬덤을 형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대표는 CNN에 “한국의 많은 대기업은 로지를 광고모델로 세우고 싶어한다”며 “올해 로지 활동으로만 수익이 20억 원을 손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지의 이름값이 올라가면서 샤넬,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각종 잡지와 미디어 업계로부터 협찬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 사이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끌다 보니, 젊은 층 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도 이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싶어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또 기존처럼 연예인 등 ‘인간 모델’을 광고에 기용할 때보다 노동력이나 소요 시간 등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가상인간 열풍에도 그늘이 있을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CNN은 이런 현상이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세계 성형 1번지’로 종종 불리는 한국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안 그래도 비현실적인 외모 기준에 대한 대중의 선망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서는 가상인간을 다양한 인종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화유용’의 위험성은 물론, 상품 광고 모델이 실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문화유용은 특정 집단의 문화를 자신의 선입견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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