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2주기 추모식…‘아시안 차별 중단, 총기 규제 촉구’

“아시안 커뮤니티 연대해 차별 범죄 대응해 나가자”
애틀랜타를 비롯해 뉴욕에서도 추모식 개최돼

지난 1월 21일 남가주 몬터레이 파크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당시 총격범을 제압해 더 큰 피해를 막았던 브랜든 차이 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사건 2주기 추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총격 참사 2주기를 맞아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 아시안 커뮤니티가 한자리에 모여 추모식을 열고 아시안들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연대(Stan With Asian Americans)가 주최로 샌프란시스코 저팬센터 내 가부키 호텔에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한인들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해 총격사건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일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더 이상의 차별 범죄와 총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대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3월 16일에 맞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난 1월 21일 남가주 몬터레이 파크 총격당시 목숨을 걸고 초기 난사범을 제압했던 브랜든 차이 씨와 뉴욕에서 노숙자에 의해 지하철에서 참변을 당한 미셸 고의 아버지 저스틴 고, 그리고 영화 제작자인 존 오사키 씨가 참석해 연설했다.
뉴욕 지하철 역에서 희생된 미셸 고 씨의 아버지 저스틴 고 씨가 연설하고 있다.
브랜든 차이 씨는 “눈 앞에서 총기 난사범에 의해 사람들이 죽어갔고 이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며 목숨을 걸고 총격범을 제지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차이 씨의 용기있는 행동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차이 씨는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참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는 없다”며 강력한 총기 규제 제도 시행을 촉구했다.

베이 지역 출신으로 뉴욕에서 정신 이상 노숙자에 의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떠밀려 사망한 중국계 미셸 고의 아버지 저스틴 고 씨는 “미셸은 가족은 물론 홈리스 등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했던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이었다”며 “처음 미셸의 죽음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왜 항상 우리가 피해자여야 하는지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이어 “이런 불행이 우리 가족에게서 멈추려면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오사키 씨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우리는 여전히 차별과 범죄의 대상이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뒤 “우리가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간 연대를 통해 피해를 공유하고 후세들에게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교육을 해 나가야 한다”며 “나아가 아시안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와도 교류하며 정치적 대응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KCCEB).
이날 행사는 본 행사에 앞서 참석자들을 위한 힐링 시간이 마련됐으며, 사전 공모한 미술작품에 대한 전시도 진행됐다. 본 행사에서는 첼리스트 에일린 문 씨의 연주, 그리고 멜리사 폴리나와 저니 휴이 뉴엔 씨의 희생자 추도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한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다니엘 씨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피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아시안 커뮤니티가 서로 힘을 모아 대응해 나가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술 공모전 수상으로 행사장에 작품이 전시된 레이첼 문(6학년) 양은 “이런 범죄들이 더 많이 알려져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인단체로는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KCCEB)가 참석해 커뮤니티 봉사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다.
미술 공모전에서 입상해 전시된 레이첼 문(6학년) 양의 작품.
추모식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애틀랜타와 뉴욕에서도 개최됐다.

애틀랜타 추모 행사는 이날 아침 조지아 주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총격으로 희생된 한국계 고 유영애 씨의 아들 로버트 피터슨 씨는 “최근에도 보고 싶은 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꿨다”며 “무자비한 폭력 때문에 어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할 권리를 빼앗겼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어머니도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뭉치는 모습을 보시면 기뻐하실 것”이라며 “이제 아시안 증오범죄 퇴치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 고 시아오지 탠 씨의 전 남편 마이클 웹 씨는 “총격범은 총기상에서 30분 만에 반자동 권총을 구입하자마자 아내를 포함해 8명을 살해했다”며 “저 개인적으로도 총기 소유자이지만, 상식적인 수준의 총기 규제 및 안전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둔 중국계 미셸 오 주 하원의원과 아시아계 의원 5명은 이날 총기구입 신청부터 완료까지 3일간의 대기기간을 두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오 의원은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총기 규제가 느슨한 지역이며, 잇단 총격 범죄를 막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스파 총격 참사 2주기를 맞아 한인들과 현지인, 정치인들이 추모식을 개최하고 아시안 차별 중지 및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16일 조지아 주의회에서 한인 희생자 유영애 씨의 아들인 로버트 피터슨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어 열린 추모식에서 에리카 모리츠구 백악관 아태계 연락 담당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한을 낭독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은 유족의 아픔을 잘 알고 있으며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아시안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고 있으나, 여러분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모든 미국인이 여러분을 지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지역사회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국자 애틀랜타 한국학교 이사장은 “총격으로 사망한 여성 대부분은 중장년 여성이었으며, 희생자 중 1명은 나와 같은 74세였다”며 “총격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희생된 데 한인들은 충격받았으며, 그 슬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눈물지었다.

이날 저녁에는 한인사회와 유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애틀랜타 아시안증오방지위원회가 개최한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김백규 위원장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됐지만 이 사건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 증오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아주를 지역구로 한 존 오소프·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조지아인들은 증오와 편견에 맞서 아시안 혐오를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하며, 우리 상원의원들도 공공 안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그레이스 멩 연방 하원의원과 인권운동가인 아만다 뉴엔, 니키 싱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타임스퀘어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은 2년 전인 2021년 3월 16일 조지아주에서 애틀랜타 지역에서 발생했다.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은 스파 2곳 등에서 총기를 난사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고 이 중 4명이 한인이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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