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발레단, 푸시킨 명작 ‘예브게니 오네긴’ 세계 초연으로 2026년 시즌 개막

포속호프 안무 신작, ‘예술성과 대중성’ 동시 겨냥

오네긴 역을 맡은 조셉 월시와 타티아나 역의 캐서린 바크만. 사진=샌프란시스코 발레단(Photo by Lindsey Rallo).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이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표작 ‘예브게니 오네긴(Eugene Onegin)’을 원작으로 한 신작 발레를 세계 초연한다. 이번 작품은 발레단 상주 안무가 유리 포속호프가 안무를 맡았으며, 시카고 조프리 발레와 공동 제작한 대형 프로젝트로, 2026년 샌프란시스코 발레 레퍼토리 시즌의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1월 23일부터 2월 1일까지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에서 펼쳐진다. SF 발레와 조프리 발레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두 발레단이 힘을 합친 이번 작품은 고전 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주인공 오네긴과 타티아나, 올가, 렌스키 등 인물들의 엇갈린 사랑과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후회와 성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포속호프의 안무는 고전 발레의 우아함에 극적인 긴장감을 더해, 섬세한 파드되부터 화려한 군무와 대규모 무도회 장면까지 폭넓은 스케일을 선보인다. 특히 계절의 변화가 이야기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SF 발레 예술감독 타마라 로호는 “오네긴은 현대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며 “외형과 이미지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소셜미디어 중심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포속호프의 해석을 통해 그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프리 발레의 예술감독 애슐리 휘터 역시 “예브게니 오네긴은 인간과 정체성,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위대한 작품”이라며 “샌프란시스코 발레와 함께 이 고전 서사를 새로운 무대로 구현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의 무대미술과 음악 또한 화려한 국제 제작진이 참여했다. 의상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팀 입이 맡아 19세기 귀족 사회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무용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무대 디자인은 올리비에상 후보에 오른 톰 파이, 조명은 짐 프렌치, 영상은 핀 로스가 담당해 입체적이고 몰입감 있는 무대를 구현한다.

음악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 일리야 데무츠키의 신작으로, SF 발레와 조프리 발레가 공동 위촉했다.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수학한 이력을 지닌 그는 금마스크상 수상자이자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낭만적이면서도 심리적 깊이를 담은 음악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SF 발레 음악감독 마틴 웨스트는 “포속호프가 새로운 음악으로 작품을 창작하려는 노력은 발레 예술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신작 음악이 결합된 발레는 예술 형식의 확장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주요 배역으로는 오네긴 역에 맥스 카우던, 카반 콘리, 프란체스코 가브리엘레 프로라, 조셉 월시가 캐스팅됐으며, 타티아나 역에는 사샤 데 솔라, 니키샤 포고, 재스민 지미슨, 캐서린 바크먼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올가와 렌스키 등 주요 배역에 SF 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공연 시간은 총 2시간 19분으로, 1·2막 1시간 7분, 인터미션 20분, 3·4막 52분으로 구성된다. 티켓은 SF 발레 공식 웹사이트(sfballet.org) 또는 전화(415-865-2000)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은 이번 ‘예브게니 오네긴’을 통해 고전 문학과 현대 발레의 만남을 선보이며, 새로운 창작 발레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제시할 예정이다. 클래식과 현대를 잇는 이 대작이 2026년 초 샌프란시스코 공연 예술계의 가장 주목받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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