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한국 중부지방 이틀째 ‘물폭탄’…복구는 늦고 피해는 속출

사망·실종 17명…서울 450㎜ 등 기록적 폭우
산사태 경보 '경계'…도로 통제·열차 한때 운행 중단

9일 낮 12시 54분께(한국시간)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70대 남성 A씨가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일(한국시간) 중부지방에 이틀째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침수 지역의 복구는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명·재산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 산사태에 매몰…급류에 휩쓸려 참변

이날 오후 12시 50분께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 한 채를 덮쳐 집 안에 있던 A(71)씨가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을 벌여 4시간 만에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앞서 오전 8시께는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인근에서 산책 중이던 펜션 투숙객 이모(54·서울 노원구)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 1시간 20분 만에 1㎞ 떨어진 하류에서 이씨의 시신을 발견·인양했다.

또 경기 화성시 정남면에서도 산사태로 공장 기숙사가 매몰되며 중국인 근로자 1명이 숨졌고,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는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서울 5명, 경기 4명, 강원 2명), 실종 6명(서울 4명, 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한국시간)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의 한 주택이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려 있다.
◇ 제방·교량 파손되고 지반 약화에 산사태 우려

침수와 지반 붕괴 등에 따른 피해도 잇따랐다.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인근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등산로 일대는 계곡에 설치된 목재 다리와 쉼터 정자가 파손되고 나무들이 대거 쓰러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이 지역은 11년 전 산사태가 났던 곳이어서 재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다리가 막혀 일대 16가구 주민들이 사실상 고립됐고, 칠봉체육공원 인근 하천 제방 약 100m가 유실됐다.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자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원주천은 2013년 7월 이후 9년여 만에 범람했다.

경기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 마을은 이틀째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주차된 자동차 여러 대가 뒤엉켜 전복되고 일부 가건물이 무너졌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산책로로 이용되던 창릉천 다리의 상판이 붕괴했다.

인천 동구 송현동과 서구 오류동 등에서도 빈집 벽이 무너지고 공장 밀집 지역이 침수돼 시민들이 구조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산림청은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대한 산사태 위기 단계를 ‘경계’로 올리고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간밤 폭우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9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와 통제된 올림픽대로 모습.
◇ 출근길 이어 퇴근길도 불편과 불안

한때 일부 구간 운행이 차질을 빚은 서울 지하철 9호선 등 교통 시설의 일부 복구가 이뤄지긴 했지만 몇몇 도로 교통은 계속 원활하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사당동과 양재동을 연결하는 서초터널은 오전 8시께부터 차량으로 가득 차 이 터널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오랜 시간 고립되기도 했다.

인근 양재IC 일대를 통제한 여파로 병목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초구 우면동 선암 톨게이트 인근에서는 반나절 이상 운전자들이 고립되기도 했다. 관악구 남현동에서 동서울대로 출근한 한 직장인은 오전 9시에 출발해 7시간 20분만인 오후 4시 2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전날 저녁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가 정상화된 서울 동부간선도로는 빗발이 거세지면서 이날 저녁 다시 통제됐으며 지하철 3호선 대화역∼지축역 구간과 경강선 판교역∼여주역 구간의 열차 운행도 잠시 중단됐다.

◇ 의정부에 3시간 동안 101.5㎜ 폭우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서울 496.5㎜를 비롯해 경기 양평 450.9㎜, 경기 여주 439.5㎜, 인천 부평 338.5.5㎜, 경기 의정부 315.5㎜, 강원 횡성 279.0㎜ 등을 기록 중이다.

수도권과 강원 곳곳은 이날 퇴근길에만 비가 50㎜ 이상 내렸다. 특히 경기 의정부시는 오후 5∼8시 강수량이 101.5㎜를 기록했고, 같은 시간 경기 포천시와 고양시에는 각각 77.5㎜와 71㎜의 비가 쏟아졌다.

계속되는 폭우에 중부지방 주요 댐들은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북한강 팔당댐은 초당 1만2천424t을 방류하고 있으며 임진강 군남댐은 초당 1천269t을 흘려보내고 있다.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5m까지 상승했다가 2.06m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비홍수기 인명 대피 수준이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 우려 지역은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며 “침수지역의 감전 사고와 자동차 시동 꺼짐 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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