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한국학 콘퍼런스’…”K-팝, 여성 시선 담아 성공, 새 시장 열어”

CJ E&M 미국법인 CEO "여성 구매력이 주도하는 한국 광고 시장도 한몫"
엑소의 '수호'도 패널로 참석…200석 참석자 예약 1분 만에 마감

그룹 엑소의 수호가 19일 스탠퍼드대 벡텔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된 한국학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해 한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세계 문화 시장에) 가져온 게 무엇이냐. 그건 시장에 이미 존재하지 않던 것을 가져온 가장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여성의 시선'(female gaze)을 담은 엔터테인먼트다.”

CJ E&M 미국법인의 앤절라 킬로런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벡텔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의 한류 토론 패널에서 이런 색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킬로런 CEO는 K-팝을 비롯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비결로 ‘개인적 가설’이라는 전제로 여성 관객에게 소구력을 가졌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묻는 말은 어떻게 이런 일(K-팝의 유행)이 일어났느냐는 것”이라며 “이는 거의 ‘한강의 기적’과 비슷한 정도로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를 할리우드와 비교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드라마나 영화, TV, 음악은 남성의 시선이 주도한다. 여성이 얼마나 섹시한지, 내가 얼마나 나쁜 남자인지에 대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K-팝이나 한국 드라마의 팬들과 얘기해보면 그게 로맨스에 대한 느낌을 되살려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한다면서 이미 봐온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다르다고 한다는 것이다.

킬로런 CEO는 “여성 관객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생각을 다른 누구도 하지 않을 때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적으로 이런 기능을 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 전통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사회(한국)가 그렇다는 건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한 뒤 “역시 가설이지만 그건 돈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광고는 여성의 구매력에 의해 주도되고 그들의 돈을 얻는 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광고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고객이 젊은 남성층”이라며 “한국 경제는 소비자 부문을 보면 여성의 구매력이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19일 개최된 '한국학 콘퍼런스'의 한류 패널 토론. K-팝 밴드 엑소의 수호(가운데)와 앤절라 킬로런 CJ E&M 미국법인 CEO(오른쪽에서 두 번째), 마시 권(오른쪽 끝) 스탠퍼드대 조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킬로런 CEO는 “이런 면에서 보면 이는 미스터리가 아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독특하게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계 시민’이 되라고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K-팝의 팬층은 세계 시민의 전형이다. 그들은 자신의 문화 너머를 바라보며 새로운 프런티어, 새로운 공동체를 발견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패널로 나온 마시 권 스탠퍼드대 미술·미술사 조교수는 “내가 아는 아시아 여성 교수들이 거의 100% 팬데믹 기간 K-팝에 빠져들었다”며 “내게는 K-팝에 빠져드는 게 때로는 여성혐오의 논리에 지배당하기를 거부하는 작은 방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는 K-팝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며 앨범을 사는 것은 저항이 아니라 소비 행위일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 문화의 숨 막히는 규범에 이런 균열을 내는 게 기분이 좋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에는 ‘엑소’의 수호도 참석했다. 그 바람에 이날 200석 규모의 행사장은 젊은 참석자로 만원을 이뤘다.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한류 스타를 초청해 학술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수호에게 선물이라며 튤립꽃을 건넨 참석자도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행사 참석 예약 사이트를 오픈한 지 1분 만에 모든 좌석이 다 나갔다”고 전했다.

수호는 “한류에는 국경이 없다”며 “월드투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착륙하자마자 공항에서 팬들을 만나는 것이다. 팬들과의 만남 덕분에 장시간 비행을 할 만한 가치가 있고 나를 감동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무대에서 한류의 힘을 느끼느냐. 아니다. 매일 느낀다”라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에 올라온 동영상을 틀었다. 그러면서 “매일 낮과 밤마다 이 동영상을 본다. 우리 노래에 맞춰서 노래 부르는 동영상이 바로 한류의 증거”라며 “그들은 우리 춤 동작이나 복장, 헤어 스타일, 신발뿐 아니라 표정까지 따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팬들과의 소통”이라며 “이 소통의 경험이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한국학 과정인 ‘코리아 프로그램’을 개설한 지 20주년을 맞아 마련된 것으로, 한류와 북한 문제를 양대 주제로 잡아 열렸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의 한류 패널 토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이 몰려나와 질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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