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에 다시 ‘이념’ 들고나온 윤 대통령…이념 문제 재점화?

신년사서 개혁 최대 장애물로 '부패 패거리 카르텔' 지목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한국시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한국시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카르텔 타파’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2024년 신년사는 민생 경제 회복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날까지 대통령실 참모진의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의 배경 문구도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였다. 약 20분에 달하는 신년사의 대부분 역시 주택 공급 확대나 기업 활동 여건 개선과 같은 민생 경제 회복에 할애했다.

그러나 짧지만 이념 문제도 거론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이후 민생 현장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이념’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걸 자제해 왔다는 점에서 볼 때는 예상을 벗어난 셈이다. 총선이 열리는 새해 들어 이념 문제를 재점화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라고도 했다. 그동안 이권, 또는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했던 지적을 넘어 ‘패거리’로 지칭하며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주로 일부 노조와 사교육업체, 시민단체 등을 이권, 또는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했던 윤 대통령이 카르텔의 범위를 ‘이권’과 ‘기득권’을 넘어 ‘이념’까지 확장하며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학생운동권) 세대를 ‘운동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해체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86세대를 포함해 운동권 출신이 여전히 주축으로 활동 중이다. 야권의 ‘정권 견제론’에 맞선 ‘기득권 타파론’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윤 대통령이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고 한 언급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생 X세대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어놓은 ‘상식적 동료시민 vs 운동권 특권층’ 대결 프레임에 윤 대통령이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장하려면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데 이를 방해하고 자신의 이권만 생각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며 “이념에 경도돼서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기의 이권만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 역시 타파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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