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피살…자택 침입한 괴한들 총에 맞아

모이즈 대통령 부인도 총상
총리 "비인간적이고 야만적 행위"

정국 혼란·치안 악화 아이티에 더 큰 혼돈 우려

지난 5월 한 국가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7일 괴한들의 총에 살해됐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이날 새벽 1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이즈 대통령 사저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영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제프 총리는 괴한들이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고 있었다며,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일단 국정을 수행할 것이라며, 경찰과 군대가 치안을 통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나나 수출업자 출신인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후 2017년 2월 취임해 아이티를 이끌었다. 2018년 예정됐던 의회 선거가 연기된 후엔 의회 없이 대통령령으로 통치하며 야권과 갈등해왔다.

인구 1천100만 명의 아이티는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이다. 2010년 대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매슈 등 대형 자연재해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던 상황에서 최근 극심한 정국 혼란과 치안 악화도 겪어왔다. 부패와 빈곤, 범죄 증가에 분노한 시위대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이어졌으며, 야권은 모이즈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 2월 이미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임을 촉구해왔다.

모이즈 대통령이 살해된 사저 주위에 배치된 아이티 군인들.
오는 9월엔 대선과 총선, 개헌 국민투표가 한꺼번에 예정돼 있어 선거를 앞두고 혼란 심화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치악도 악화해 최근 들어 몸값을 노린 갱단은 무차별 납치 범죄도 급증했다. 안그래도 위기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대통령 암살 사건까지 벌어지며 아이티가 더욱 극심한 혼돈 속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국경을 맞댄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은 모이즈 대통령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곧바로 국경 폐쇄를 명령했다. 국제사회도 대통령 피살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아이티 국민에 애도를 표시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혐오스러운” 암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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