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총기협회 파산신청 기각…총기규제 탄력받나

내부 부패 수사 뉴욕 검찰 수사 피해
텍사스로 이전 ‘꼼수’ 부리려다 ‘제동’
총기협회 지도부 부패 만천하에

라피에어 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
미국 최대 이익단체이자 공화당의 전통적 ‘돈줄’인 미국총기협회(NRA)의 파산신청이 기각됐다. 내부 부패를 파헤치며 협회 해산을 압박하는 뉴욕 검찰을 피해 텍사스로 옮겨가려는 시도에 제동이 걸리며 협회가 중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NRA의 파산 신청을 뉴욕주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위한 불성실한 시도로 규정, 기각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협회의 전·현직 지도부를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며 협회 해체를 주장해 온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의 사실상 승리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제임스 장관은 “이번 판결은 미국 최대 로비 단체라 하더라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웨인 라피에어 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협회 트위터를 통해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협회의 전체적 방향에 변화는 없을 것이며, 지난 15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NRA는 지난 1월 텍사스주 북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NRA는 총기 소지에 우호적인 텍사스로 본부를 이전, 비영리단체로 다시 법인을 등록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협회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데다 내부 부패가 낱낱이 드러나며 조직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이번 재판은 특히 미국 내 총기 규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진행돼 주목받았다.

연방 의회는 지난 4월 잇달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 이후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을 고려중이다. NRA는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익단체로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만큼, 그간의 불투명한 운영과 난맥상이 총기 규제 여론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라피에어 부회장이 제트기 여행과 베벌리힐스에서 쇼핑 등을 포함해 사적 이익을 위해 거액의 공금을 유용한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NRA 내부 라피에어 반대파들이 나서 이사진 대부분이 파산 신청 및 본부 이전 결정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증언까지 했다. 라피에어 부회장은 두 차례에 걸친 증언을 통해 일부 혜택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과거의 경영과 재무 문제는 수정됐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재판부 설득에는 실패했다.

조지타운대에서 파산법을 강의하는 아담 레비틴 교수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NRA의 파산 신청은 불성실한 신청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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