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잇따라 터진 총격사건에 미국인들 ‘망연자실’…일부에선 규제법 노력 고군분투도

경찰이 총격사건이 발생한 해프문베이 소재 농장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NBC뉴스 캡처.
미국에서 연초부터 잇달아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많은 미국인이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가해자를 제외하고 사망자가 4명 이상인 경우를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규정할 때 작년에는 이런 사건이 1월 23일 처음 발생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6건이 일어나 39명이 사망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달 21일 남가주 몬터레이파크의 댄스교습소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졌고, 이틀 뒤에는 해프문베이 인근 농장 직원이 동료 7명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앞서 새해 벽두부터 14살 소녀가 아버지, 삼촌과 함께 총에 맞아 죽었고, 며칠 뒤에는 6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교사를 향해 총을 발사해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더해 28일에는 베벌리힐스 인근 베벌리 크레스트에서 3명이 총에 맞아 죽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처럼 인명 피해가 큰 사건이 빈발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총기 범죄에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 총기 관련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이 압도적 지지 속에 의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상황이 거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20년 이상 총기 사건을 관찰해 온 사회학자인 페드로 노게라 남가주대 교수는 총기 사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 미국인들의 무기력과 절망감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퀴니피액대학에서 총기폭력과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마크 가이어스 교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점점 면역이 생긴 것 같다”며 “(총기 사건이)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총격 사건의 비극을 끝내야 한다며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AP는 전했다.

2018년 플로리다의 고등학교에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14살 딸을 잃은 프레드 구텐베르크 씨는 딸의 이름을 딴 ‘제이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는 총기를 사는 사람의 신원을 조사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그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너무 멀리 가게 놔뒀을 뿐”이라며 “미국은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 부모인 제네타 에버허트 씨도 사건 발생 후 다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미 의회에 가서 총기안전법의 필요성을 증언했다. 그는 “이 나라가 그것에 무감각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고, 지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AP는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총기 사건 사망자 약 4만5천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살이며, 한두 명이 죽는 사건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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